9.19공동성명 사흘전 돌출..우여곡절 끝 종착역
재발 방지위해 북.미 상설협의체 필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25일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의 최종 해결을 선언, 문제 발생 21개월여만에 공식적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BDA에 동결됐던 자금이 우리 요구대로 송금됨으로써 마침내 동결자금 문제가 해결됐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이와 함께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2.13합의 이행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26일부터 평양에서 IAEA 실무대표단과 핵시설 가동중지 및 검증감시 관련 협의를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북측의 이번 공식 입장 표명으로 BDA문제는 일단락 됐다는 것이 정부 당국의 일치된 판단이다.

그러나 앞으로 유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으리라고 쉽게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BDA 문제의 시작과 끝 = 이 문제는 공교롭게도 북핵 6자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받는 9.19공동성명이 도출되기 사흘 전인 2005년 9월16일 불거졌다.

BDA에 대한 미국의 `돈세탁 우려대상' 잠정 지정은 BDA내 북한자금 2천500만달러 동결로 이어졌고 북한이 2005년 11월 열린 제5차 6자회담 1단계 회의에서 이를 강하게 문제삼으면서부터 회담은 공전을 거듭했다.

BDA 문제를 계기로 대외 금융거래에 어려움이 초래되자 북한은 BDA 제재를 `핏줄을 막아 우리를 질식시키려는 제도말살행위'로 규정한 채 6자회담 트랙과 BDA를 철저히 연결했다.

행정부내 네오콘의 영향력이 건재하던 이 시절 미국은 대북 압박카드로 BDA 문제를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북한측의 양자대화 요구를 외면했다.

일각에서는 미측이 `BDA 카드를 잘 활용하면 북한의 핵폐기까지 이끌어 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시각까지 제기됐다.

결국 6자회담 참여를 거부하던 북한은 작년 7월 미사일 발사에 이어 10월 핵실험으로 긴장을 고조시켜갔다.

작년 12월 우여곡절 끝에 6자회담이 재개됐지만 BDA문제를 먼저 해결하라는 북한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 1월 북.미 6자회담 수석대표들의 베를린회동에서다.

지난 해 9월 한.미 정상회담과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을 계기로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압박'에서 `대화'로 급선회하면서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본격적으로 재개했고 그 상징적 이벤트가 베를린 회동이었다.

미국은 북한에 `BDA문제를 6자회담 초기조치 합의 뒤 30일 내에 해결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는 `2.13합의'로 이어졌다.

그러나 BDA 문제는 그 시점부터 무려 4개월이 지나서야 해결의 `종착역'으로 접어들었다.

미국은 지난 3월14일 BDA를 돈세탁 은행으로 최종 지정한데 이어 3월19일 BDA 북측 자금을 중국은행(BOC) 베이징 지점의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송금하고 용처를 인도적 사업에 쓰기로 하는데 북한과 합의했다고 발표하면서 이 문제를 일단락 지으려 했다.

그러나 불법자금의 꼬리표가 붙은 BDA 북한 자금을 BOC가 받지 않으려 함에 따라 문제는 다시 꼬이기 시작했다.

BOC를 거쳐 제3국 은행 북한 계좌로 송금하는 작업을 북.미.중 등이 추진했으나 허사였다.

미국이 자국 은행과 BDA간 거래를 금지한 상황에서 북한 돈을 만질 은행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을 뿐 더러 송금에 선행되어야할 북한 계좌주들의 계좌이체 신청서 확보작업도 지지부진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미국은 4월10일 BDA에 붙은 불법자금의 꼬리표를 뗀 채 자유롭게 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 문제에 마침표를 찍으려 했다.

그러나 북한은 여기서 더 나아가 국제금융망을 거쳐 송금받는 것을 BDA 문제의 해결로 규정했다.

이후 과정은 그야말로 인내의 한계에 대한 테스트였다.

미국 와코비아 은행을 중계기지로 삼는 방안, BDA 경영권 교체를 통해 BDA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 뒤 송금하는 방안 등이 모색됐으나 그 역시 여의치 않았다.

결국 BDA와의 거래금지 조치에 적용을 받지 않는 미국 중앙은행이 나서기로 하면서 문제는 급진전됐다.

여기에 러시아가 자국 중앙은행과 민간은행이 송금과정에 관여하는 방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지난 11일 `BDA→뉴욕 연방준비은행→러시아 중앙은행→러시아의 민간은행'으로 이어지는 구도가 최종 해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후 2주만에 북한의 `해결' 선언과 함께 BDA 문제는 종착역에 도달했다.

◇ 재발 가능성 = 외교가에서는 BDA 문제로 국한할 경우 문제가 최종해결됐지만 `금융 문제'의 측면에서 보면 아직 끝난 싸움이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 미국 입장에서는 금융문제가 북한의 아킬레스건임을 이번 사태를 통해 확실히 알게됐다.

따라서 미국이 현재의 협상 기조에서 압박 기조로 돌아설 경우 돈세탁 문제 등을 들어 언제든 다시 금융제재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울러 북한 입장에서도 BDA 문제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 국제 금융계에서의 신뢰도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새로운 명분을 내세우며 금융문제를 6자회담과 연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런 만큼 BDA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북.미 간 양자 차원의 상설 협의가 필요하다고 외교가에서는 보고 있다.

BDA 사태의 원인이 됐던 북한의 위폐제조 의혹, 돈세탁 의혹 등이 다시 불거지지 않게 하는 동시에 북한이 국제 금융체제에 연착륙할 수 있게끔 북.미 금융협의 채널을 통한 지속적인 정보교류 및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북한의 위조달러 제조 의혹은 북미관계 정상화로 가는 길에서 반드시 정리되어야 할 문제라고 당국에서는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