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거쳐 상승세..1,900~2,000선 제시

주식운용 펀드매니저들은 국내 증시가 올 하반기에도 상승추세를 이어가 코스피지수 2,000시대를 열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본부장들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증시 전망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올 하반기 증시가 상반기 쉼 없는 상승으로 인한 조정을 거쳐 연말에 1,900~2,000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 유동성 여전히 풍부..'더 간다' = 25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주요 주식운용본부장들은 하반기 증시 강세 전망의 이유로 풍부한 유동성을 지목했다.

한국은행이 총액대출한도를 축소, 유동성 줄이기에 나선 것을 비롯해 세계 금융시장에서 과잉 유동성 축소와 금리 인상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나 증시 상승추세가 꺾일 정도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 진입 ▲ 국내 내수 경기 회복세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성장 모멘텀 가속화 ▲저평가 매력 등도 하반기 증시 상승의 이유로 꼽혔다.

특히 경기는 뚜렷한 회복징후를 나타내고 있으며 경험적으로 경기사이클이 바닥을 통과하는 시점에서 상승모멘텀이 가장 강했다고 매니저들은 언급했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하반기 증시는 조정 압박 등으로 소폭의 범위에서 등락을 있겠지만 점진적으로 저점과 고점을 높여가는 상승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코스피지수는 이머징마켓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소폭 웃도는 수준인 2,000선 내외까지 재평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세훈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채권과 부동산의 매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데 반해 주식의 매력은 한층 부각되고 있다"며 "기업 가치 상승, 저평가 매력, 풍부한 유동성을 감안할 때 코스피지수 2,000선 아래에선 버블(거품)을 논할 단계가 아니며 연말 또는 내년쯤 2,000선을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동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미국과 중국 경기 호조에 따른 무역흑자 지속, 부동산 투기 억제에 따른 개인자금 유입 등 증시 주변 자금 여건이 긍정적" 이라며 "올해 하반기 코스피지수 등락 범위로 1,600~1,900선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다만 펀드매니저들은 상승추세가 이어지기에 앞서, 증시가 올 상반기에 가파른 속도로 올라온 데 따른 차익실현 매물 소화 차원의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허장 푸르덴셜자산운용 상무는 "단기적으로 15주 연속 상승에 따른 피로 누적과 과열징후로 기술적 조정이 있을 수 있으나 하반기 전체적으로는 추세적 상승이 이어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한BNP의 조 본부장은 "추가 상승을 위해선 코스피지수가 15% 정도 조정을 받아 일시적으로 1,700선을 깨고 내려가 힘을 비축할 필요가 있다"며 "조정을 받는다면 강세장의 조정 기간인 2~3개월 정도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보유'전략..자산.수출株.지주회사.M&A테마 = 이에 따라 펀드매니저들은 하반기에도 주식시장에 대해 '보유'와 '매수' 전략을 유지하면서 단기 조정이 올 때 주식을 추가로 매수할 것을 권했다.

펀드매니저들은 또 올해 하반기에도 자산주와 지주회사관련주, 수출비중이 높은 수출관련 주식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며 기업 인수.합병(M&A), 지배구조 변화, 환경 관련 테마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운용의 양 본부장은 "올해 하반기에도 순환매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제한 뒤 "상반기에 시장을 이끈 조선 기계 건설 등의 굴뚝주를 비롯한 수출관련 주식과 M&A관련 종목들이 유망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국운용의 김 본부장은 "LCD 패널가 상승, D램 가격 바닥 탈피 등의 펀더멘털 측면에서 2.4분기 중 바닥을 통과한 정보기술(IT)업종,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 은행업 과 성장성이 보강된 증권업 등 금융주, 고유가시대에 따른 에너지관련 테마주가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IT주의 경우 실적 턴어라운드 시그널이 강하게 드러날 때까지는 다소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는 것이 낫다는 지적도 있었다.

신한BNP의 조 본부장은 "실적보다는 보유 자산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자산 재평가는 지배구조의 변화로 이어지면서, 기업 가치가 다시 평가받을 수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자산주가 가장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푸르덴셜운용의 허 상무는 "중국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을 감안해 조선, 기계, 운송, 소재 등 중국 수혜주의 실적모멘텀과 IT주의 부활이 기대된다"며 "대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 추세에 따른 지배구조개선, 금융기관 중심의 M&A 이슈도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