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강성 노조를 자임해온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국민과 조합원들의 거센 비난 여론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엊그제만 해도 초강경 정치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현대차지부가 정치파업 수위를 28,29일 이틀간 전 공장 부분파업으로 낮췄다.

강경투쟁을 일삼던 현대차노조의 '후퇴'는 20년 노조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기록될 정도다.

현대차지부의 '후퇴'는 국민의 비난 여론과 현장 조합원들의 '정치파업' 반대 움직임 확산 때문이다.

특히 노조 산하 정비위원회(옛 정비공장)의 '항명'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정비위원회는 지난 22일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업무 특성을 들어 현대차지부가 당초 계획한 전 조합원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대신 130여명의 노조간부만 파업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현대차노조에서 하부 조직이 지도부의 방침을 전면 거부하고 나선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특히 정비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이미 정치파업을 반대하는 현장 노조원들이 대자보나 유인물,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터져나왔다.

노조 지도부는 전 공장에 걸쳐 파업 반대 분위기가 불거져나올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실제 노조 내부에선 25일부터 파업을 강행할 경우 전주·아산공장 등 나머지 5개 위원회에서도 집행부의 파업 방침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한 현대차 사내게시판은 정비위의 파업 거부 방침에 찬사를 보내는 글들로 꽉 차 당초 정비위 간부들에 대한 징계 방안을 검토했던 노조 지도부를 당혹케 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들의 전례없는 총파업 거부 정서를 무시하고 정비위 간부들을 중징계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노노(勞勞) 갈등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노조 지도부는 노노 갈등의 불씨를 끄기위해 이날 정치파업 축소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울산시민들과 현대차 일반 조합원들은 여전히 노조의 정치파업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140여개 시민·사회·경제단체로 구성된 행복도시울산만들기범시민협의회(행울협)는 현대차지부가 파업을 전면 철회하지 않을 경우 27일 현대차 울산공장 외곽 14km를 둘러싸고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범시민 띠잇기 행사를 갖기로 했다.

행울협은 이를 위해 25일 긴급 총회를 가질 예정이다.

현대차 조합원들도 사내게시판 등을 통해 '파업을 해도 일을 하겠다''이젠 차라리 금속노조 조합원을 탈퇴하자'는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한 조합원(아이디 산타페)은 "조합비는 금속노조 사업장 중에서 제일 많이 내고 파업은 제일 선봉에서 하고 얻는 것은 하나도 없는 산별 금속노조를 이젠 탈퇴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노조의 파업 철회를 요구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