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다오에서 11년째 봉제업을 하고 있는 박민수 사장.그는 요즘 공장을 내륙으로 옮길 것인지 아니면 아예 베트남으로 떠날 것인지를 고민 중이다.

이유는 사람 때문이다.

그는 "직원구하기가 어렵고,힘들게 데려다 놓아도 금방 떠나버려 정말로 죽을 지경"며 "110명이 일해야 하는 공장에 지금 67명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설비를 한번 풀가동해봤으면 원이 없겠다는 얘기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제조업체 사장들은 요즘 죽을 맛이다.

인력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줄어 사람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세한 중소업체는 인력난 속에 임금상승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중국 노동사회복지부에 따르면 한해 인력수요는 매년 10~15%씩 늘어나고 있지만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노동자(民工)는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다.

농촌의 잉여인력도 점차 감소하고 있어 조만간 공급이 수요를 못따라갈 상황이다.

이에 따라 둥관(東莞) 칭다오 다롄 등 제조업체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인력난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 광둥성 둥관시에서 전자부품을 만드는 Y전자 관계자는 "인력난이 심해지면서 생산능력만큼 오더를 수용하지 못하는 때가 많다"며 "일이 밀리면 기술학교에서 학생들을 데려다가 임시로 쓰기도 하지만 생산성과 품질문제가 발생해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몇 년 전까지는 채용공고 내면 구직자들이 몰려왔지만 이젠 채용공고를 내도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 인력중개업소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개 나이가 많거나 직장을 오래다닐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어서 "원하는 수준의 인력을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13억 인구의 나라에서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풍요속의 빈곤'현상이다.

KOTRA 칭다오무역관 황재원 부관장은 "봉제 완구 등의 업종은 대부분 적정인원의 60~70% 정도밖에 채용하지 못하고 있어 많은 회사들이 내륙이나 동남아로의 이전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제조업이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젊은이들의 3D업종 회피 성향과도 관련이 있다.

중국 정부의 1자녀갖기 운동으로 독생자로 자라난 젊은 세대들은 공장에서 일하지 않는다.

도시로 유입된 농촌출신 젊은이들은 서비스업으로 몰리고 있다.

칭다오시에서 니트의류업을 하는 김태호 사장은 또 "현정부가 농촌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면서 농민들이 영세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됐다"며 "젊은이들은 이제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고된 노동을 해야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공장근로자 부족은 곧 임금상승으로 이어진다.

근로자들을 붙잡아두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임금을 올려주고,복지혜택을 늘려줘야 한다.

지난 2~3년 동안 중국 대부분 지역의 공장직근로자 최저임금은 10% 안팎 올랐다.

상하이 근교에서 완구공장을 운영하고 있은 K사장은 "지난해 상하이 시정부가 고시한 법정 최저임금 상승률은 8.7%에 달했지만 실제 지급액은 10% 이상 뛰었다"며 "직원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수당 특별보너스 등을 자주 지급해야 할 실정"이라고 말했다.

잦은 이직도 골칫거리다.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각 업체들이 사람 빼내기에 나서면서 이직률이 높아지고 있다.

완구제조업체인 오로라월드의 지난(齊南)법인 유선호 팀장은 "시골에서 온 직원들은 중소도시에서 일하는 것을 대도시로 나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이직이 잦다보니 생산성이 올라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정부가 노동자들의 편을 들어주면서 기업들은 더욱더 궁지에 몰리고 있다.

중국은 제조업체에 대한 취업기피가 낮은 임금과 열악한 작업 및 복지환경 때문이라고 판단,임금 상승과 각종 복지혜택 확대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당분간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