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도 아닌 일로 벌컥 화를 낼 위험성도 덩달아 커지게 된다.
예부터 분노의 폐해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로마의 철학자인 세네카는 "분노라는 병은 모든 악을 압도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과학자이자 정치인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분노와 어리석은 행동은 나란히 길을 걷는다.
그리고 후회가 그 둘의 발꿈치를 문다"고 말한 바 있다.
대체로 상대방이 자기를 무시하거나 놀리고 있다고 느낄 때 분노가 폭발하기 쉽다.
일이 힘든 것이나 월급이 적은 것은 그럭저럭 넘어가더라도 자신에 대한 모욕과 멸시는 참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내 돈을 가져간 사람보다,내 몸을 망친 사람보다도 내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자존심을 짓밟은 사람이 더 나쁘다고 여길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옳고 중요한 존재이며,남들로부터 그만한 대접과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심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분노를 적절히 통제하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다.
분노를 지나치게 표현하면 심장 질환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억압만 해서도 안 된다.
암에 걸릴 위험성이 커지는 까닭이다.
그만큼 분노를 효과적으로 다스리고 표현하는 방법이 절실한 셈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양창순 대인관계연구소장은 다음과 같은 처방전을 내놓고 있다. 우선 분노를 야기한 상대방을 모욕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것만을 부드럽고 단호하게 전달한다.
또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은 천천히,적게 나타낸다.
자신의 가학적이고 공격적인 충동을 경계하면서 언어적 폭력이 신체적 폭력보다 더 오래 가고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점도 명심한다.
상대방에게도 자신의 입장을 말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준다.
화를 내는 기간이 하루를 넘겨서는 곤란하다.
마지막으로 감정의 부메랑 효과를 잊지 말자.내가 내뱉은 독설이 무엇으로 되돌아오겠는가.
'다타호신 소타호심(多打好身 少打好心)'이란 말이 있다.
골프를 못 칠수록 채를 더 많이 휘두르게 돼 운동 효과가 커지며 골프를 잘 칠수록 심리적인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어떤 마음가짐이냐에 따라 유유자적한 삶을 즐길 수도,불평과 불만에 사로잡힌 채 살 수도 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내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가,너무 지나친 것은 아닌가를 따지다 보면 분노의 상당 부분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이처럼 분노라는 불은 생각이라는 물로 꺼야 한다.
분노 다스리기에 있어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지위가 높을수록,권력이 막강할수록 분노를 참는 것이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끝내 분노 통제에 실패한다면 일반인보다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리더의 분노 관리가 중요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결국 분노를 불러일으킬 만한 원인을 줄이고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상대방에 대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것은 물론 늘 관심을 갖고 배려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반면 모욕과 멸시,무시,간섭,개입은 가능한 한 멀리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
최승욱 논설위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