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대중화' 시대가 열리면서 자산운용업계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국내 증시만 바라보던 자산운용업체들이 더 많은 수익를 좇아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 한국투신운용(한국운용)이 있다.

한국운용은 주식은 물론 유전 광물 SOC(사회간접자본) 부동산 등 대안(Alternative Investment) 펀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유전펀드를 성공적으로 판매했으며 올해는 여러 유전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를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부동산개발에 투자하는 펀드도 선보였다.

정부가 출자하는 탄소펀드 운용업체로 선정됐으며 니켈광물펀드 운용도 추진하고 있다.

대안펀드와 주식형펀드를 양대 축으로 3년 내 '아시아 최고의 자산운용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한발한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펀드 투자가 대중화될 무렵인 2003년 12월 한국운용은 낯선 펀드를 내놨다.

'한국부자아빠거꾸로펀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펀드 이름에 '거꾸로'가 들어가 있는 것은 이 펀드의 투자방식이 당시만해도 특이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다른 펀드가 안정적인 대형주 위주로 투자를 한 반면 이 펀드는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저평가 종목을 발굴해 투자한다는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8명의 애널리스트와 1명의 펀드매니저가 매주 50여개 이상 기업을 탐방해 종목을 찾아냈다.

효과는 2005년부터 나타났다.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중소형주가 급등하면서 이 펀드의 수익률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2005년 말에는 설정액이 5877억원으로 불어났으며 1년 수익률도 83.97%를 기록하면서 '2005년 최고의 펀드'로 명성을 떨쳤다.

이후 '거꾸로펀드'와 유사한 이른바 '가치주펀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지난해에도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형펀드'로 대박을 터뜨렸다.

이 펀드는 삼성그룹 계열 14개사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으로 2006년 한햇동안 2조원 가까운 자금이 몰렸다.

2004년 11월에 처음 설정된 이 펀드의 누적수익률은 142.4%에 달한다.

한국운용은 지난해 6월 베트남에 사무소를 냈다.

한국운용이 진출하기 전까지 베트남은 한국 투자자에게 그저 그런 변방의 가난한 나라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국운용은 베트남 주식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꿰뚫어봤다.

베트남 증시에만 집중 투자하는 펀드를 만든 것이다.

상품 출시에 대한 반대론은 만만치 않았다.

당시 베트남 증시 규모는 보잘 것 없었다.

상장사는 수십개에 불과했으며 시가총액은 2005년 말 기준으로 5300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사회주의 국가여서 투자 안정성 여부도 논란이 됐다.

그러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해 6월 말 나온 베트남펀드는 투자자들이 줄을 서서 가입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현재 한국운용이 운용하는 베트남펀드는 총 5종에 규모도 5000억원이 넘는다.

베트남 증시는 2006년 하반기부터 올 5월 말까지 두 배 이상 치솟아 한국운용의 기대에 부응했고 국내에 베트남 투자 열풍을 몰고왔다.

베트남 주식시장은 5월 말 현재 상장사가 200여개,시가총액도 12조원으로 불어났다.

한국운용은 베트남펀드를 직접 운용한다.

현지 사무소에서 애널리스트를 고용해 종목을 분석하고 본사에서 주식매매를 결정한다.

베트남펀드뿐만이 아니다.

모든 해외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외국 운용사에 위탁하거나 외국에서 운용되는 펀드를 복제해서 판매하는 다른 국내 운용사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올해 선보인 '럭셔리펀드''워터펀드''유럽펀드'도 본사에서 직접 투자를 결정한다.

그런데도 외국사에 비해 수익률이 뛰어나다.

김범석 사장은 "주식운용에 관한 한 한국이 외국 자산운용사에 뒤질 게 없다"며 "조만간 홍콩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펀드를 직접투자 형태로 운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개인이 해외유전이나 광산에 투자할 수 있을까.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부동산 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

불과 수개월 전만 하더라도 불가능했다.

기껏해야 부동산 광산업을 하는 상장사에 투자하는 펀드나 부동산임대를 통해 수익을 내는 펀드에 가입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한국운용은 개인들의 자금을 모아 이런 사업에 직접 투자하는 공모펀드를 속속 내놓으면서 틈새시장 장악에 성공했다.

소위 '대안펀드'로 불리는 이들 펀드는 한국운용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15-1광구에 투자하는 유전펀드를 성공적으로 판매한 데 이어 조만간 또다른 블라인드 방식의 공모 유전펀드도 준비 중이다.

투자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원에 투자하는 펀드를 공모한다는 것은 불과 1∼2년 전만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는 펀드 선진국인 외국에서도 선례를 찾기 어렵다.

그만큼 한국운용의 대안펀드 운용 능력이 시장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해외 부동산 투자펀드도 인기다.

올초 내놓은 '베트남부동산개발 특별자산1호'에는 1000억원이 넘게 몰렸다.

최근에는 중국 베트남 미국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판매 중이다.

김 사장은 "대안펀드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초기 시장이어서 우리가 선점할 수 있다"며 "3년 후에는 한국운용이 아시아 무대를 주름잡는 자산운용사로 성장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김정욱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