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멕시코·유럽에 가전공장을 세우기로 한 것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생활가전 사업부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생활가전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면서 삼성전자의 '애물단지'로 인식돼 왔다.

지난해 4분기에만 1400억원의 적자를 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올초 생활가전총괄을 사업부로 격하시켜 윤종용 부회장이 직접 관할하도록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유럽 가전공장 신설은 삼성전자가 생활가전사업을 흑자전환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글로벌 톱 클래스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북미·유럽서 정면승부 건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사업 전략은 '내수시장과 이머징마켓' 중심이었다.

가전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내수시장의 경우 LG전자와 함께 80%를 차지하고 있어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데다,중국 인도 등 거대시장에서의 수요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반면 세계 프리미엄 가전시장의 50%를 차지하는 북미와 유럽 공략에는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북미시장의 경우 지난해까지 양문형 냉장고만 자가 브랜드로 수출했을 뿐 세탁기와 전자레인지 등 주방가전 수출은 하지 않았었다.

유럽에서도 양문형 냉장고로 점유율 1위를 차지했을 뿐 다른 가전 점유율은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내수 및 이머징마켓 중심 전략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전사업의 특성상 이익률이 10%에도 못 미치면서 매년 적자를 면치 못했고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는 현지 저가 가전업체에 밀려 수익창출에 실패했던 것.

따라서 북미·유럽 가전공장 건설은 '이머징 마켓' 전략에서 '프리미엄 마켓' 전략으로 마케팅 전략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신정수 전략마케팅 팀장은 "현재 미국시장 내 가전점유율이 5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되면 2012년에는 3위 안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생활가전 턴어라운드 가능할까


이 같은 글로벌 전략 변경으로 삼성전자는 생활가전 부문이 올해 흑자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어컨 냉장고 등 전 제품군에서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 팀장은 "지난 1분기 생활가전은 본사 기준으로 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해외연결기준으로는 200억원의 지분법 평가이익을 올렸다"며 "2분기 실적은 1분기보다 크게 호전되고 있어 연간 영업이익도 큰 폭의 흑자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에어컨의 경우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0%가량 판매량이 늘었다.

또 1∼5월 누적 판매수량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110% 정도 증가했다.

세탁기도 지난 1∼5월 누적 판매수량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 늘었다.

특히 양문형 냉장고는 지난해 말까지 누적판매 대수 500만대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 1~5월 국내 판매대수도 20만대를 기록하면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