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포항 광양 여수 등 4개 지역건설·플랜트 노조가 전국 단일노조설립에 본격 나서면서 산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단일 노조가 설립되면 당장 건설 및 플랜트 업계의 노동인력 수급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우려다. 단일 노조가 산업기반 시설이 밀집해 있는 울산 포항 광양 여수등 4개 지역 건설노조의 인력 수급을 사실상 장악하게 되고 비노조원들의 시장 진입이 차단돼 인력 시장이 왜곡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경우 자율 경쟁시스템이 가동돼야 할 일용직 노동시장마저 단일노조에 의해 통제받게 되면서 인건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고 이는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울산의 한 업계 관계자는“울산 등 4곳의 건설·플랜트 근로자들이 7000~1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들이 모두 노조에 가입해 단일 노조의 통제를 받게 된다면 지역별로 계절적 요인 등 에 따라 달라지는 노동인력 수급 구조에 비상등이 켜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지역 산업계에서는 노조 단일화 추진 목적이 노조가 겉으로 내걸고 있는 근로조건 개선이라기보다 궁극적으로는 전국 산업 현장에 투입될 일용직 노무공급권을 노조가 독점하겠다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플랜트 노조가 단일 노조를 결성한 후 파업에 나설 경우 자칫 산업계 전반이 마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동 전문가들은 건설 및 공장시설 현장에서 광범위한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 노조원이 산업시설을 점거하며 파업에 나설 경우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5년 울산 SK공장이 울산건설 노조의 고공탑 농성과 정문 출입문 봉쇄 파업 등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은 것은 건설·플랜트 노조의 파업위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지난해에는 포항건설 노조가 포스코 본사를 점거한 뒤 80여일간의 장기 파업에 들어가면서 포항지역 전체 경제 시스템이 마비되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달 중 단일노조 통합안이 가결될 경우 이르면 8월부터 건설플랜트 통합 사업자 측과 임단협 협상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이에 대해 사업자 측에서는 지역 및 기업별로 노동인력 수급 형태는 물론 산업현장 여건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인력수급 임금 단체협상 등을 단일 노조와 협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산업계는 또 건설·플랜트 노조의 단일화 추진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비정규직 차별금지 제도와 맞물려 화물연대 타워크레인노조 등 특정 고용직 노조의 전국 단일화 작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비정규직 노조들의 단일화가 가시화될 경우 이달 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저지 등 정치 파업에 나서기로 한 금속노조 등의 움직임과 맞물려 올 여름 노동 현장은 한층 더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전국 타워크레인 노조의 총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18일 전국 건설노조가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서울 마포대교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는 등 비정규 노조의 하투 열기는 한층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울산 건설노조 한 관계자는 "조합원 고용 거부로 울산 산업 현장에 일자리가 넘쳐나는데도 객지로 떠돌아다니는 조합원들이 쏟아져 나오고 이미 정부가 약속한 하도급 금지와 근로조건 개선 등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노조 단일화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