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급등 기세에 눌려 힘을 못 쓰던 코스닥시장이 뒤늦게 달아오르고 있다.

과거 버블기 이후 고점인 760선을 훌쩍 넘어 800선마저 가볍게 돌파했다.

코스닥 업종 대표주들만 봐도 연초 대비 주가가 50% 이상 오른 종목이 수두룩하다.

이쯤 되면 '과열' 우려도 나올 법 하지만 시장 반응은 의외로 차분하다.

오히려 시장 체질이 과거와 달라졌다며 추세적인 상승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단타 개인 투자자들이 거래를 주도하며 '묻지마식' 투자가 판을 치던 과거 코스닥시장의 모습은 진짜 사라진 것일까.

◆시장 체질이 변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코스닥지수 800선 진입을 시장 체질이 변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강세장에는 개인이 달라붙는 테마주 위주로 시장이 움직였지만 지금은 실적과 가치 중심의 대형주가 시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근해 대우증권 연구원도 "올 들어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이 대부분 실적이 좋은 인터넷 철강 금속 기계업종 관련주인 점도 코스닥 체질 변화의 증거"라고 말했다.

코스닥 주도주가 이처럼 테마주에서 실적주로 바뀐 데는 무엇보다 외국인이 큰 역할을 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코스닥을 외면했던 외국인은 올 들어 실적주 위주로 대거 순매수하면서 강세를 주도하고 있다.

실제 올해 외국인은 4월 한 달만 제외하곤 매달 순매수 행진을 보이며 지난 14일까지 7060억원어치 매수 우위였다.

개인의 순매수 규모(2040억원)보다 훨씬 많다.

반면 기관은 같은 기간 5328억원 순매도했다.

하지만 개인의 투기적인 매매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들어 자원 개발이나 연예인 관련 테마주가 실적주에 밀려 다소 소강 상태지만 개인들은 여전히 단기 재료주 위주로 매매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헬리아텍 샤인시스템 바이오매스코 예당온라인 소리바다와 같은 테마주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단타 습성을 못 버리는 개인들의 수익률은 여전히 좋지 않다.

외국인과 기관 순매수 상위 30개 종목의 연초 이후 이달 14일까지 수익률은 평균 65.8%,43.3%인 데 비해 개인은 27.1%로 낮았다.

◆얼마나 더 오를까

물론 시장 일각에서는 단기 급등 부담에 따른 조정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조정이 있더라도 후퇴는 짧고 상승세는 긴 전형적인 강세장 흐름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정근해 연구원은 "그동안 부진했던 정보기술(IT) 관련주들이 2분기부터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주도주 대열에 합류할 경우 지수는 예상보다 더 강하게 움직일 수 있다"며 올 연말 코스닥지수가 830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주도주에 대해서는 여전히 실적주가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NHN 등 인터넷주와 조선 철강 부품주들은 하반기에도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점에서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임동민 동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IT와 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당 종목 중 주가수익비율(PER) 10배 미만인 종목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유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