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포들은 일본보다 50여년 늦은 20세기 초반부터 이민을 갔지만 지금은 와이키키 등 주요 지역 상권을 장악할 정도로 경제력이 커졌다.
최근 '한류붐'까지 불면서 한국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은 부쩍 높아졌다.
하와이대 동서문화센터 주최로 지난주 열린 제1회 '한·미·일 언론인 포럼'에서도 '한국 문제'는 가장 큰 이슈였다.
1960년에 설립된 동서문화센터는 미국 내 아시아학의 메카로 꼽히는 곳으로 올해 포럼 주제도 '동북아지역 현안'이었다.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돼온 미·일 언론인 포럼이 확대된 한·미·일 언론인 포럼은 국제적으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반영했다.
나흘간 진행된 세미나에서 미·일 언론인들은 물론 대학 측이나 현지 주민들은 북한 핵과 12월 실시되는 한국 대선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미국 측 참가자들은 한국의 대외정책방향에 대해 헷갈려하고 불신을 가진 듯했다.
노무현 정권 출범 후 지난 4년 반 동안 한국이 친중국,친북한 쪽으로 경도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미 동맹은 위기를 맞고 있으며,한국을 더 이상 동맹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인사도 있었다.
CNN의 키티 필그림 앵커는 "한국은 중화 경제권으로 편입되길 원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유에스뉴스 & 월드리포트의 토머스 옴스타드 기자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 핵을 제거할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미국에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인들은 한국이 중국이나 북한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미국 일본 등 전통적인 동맹국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대북 정책'의 진의를 의심하는 분위기였다.
이나 히사요시 니혼게이자이신문 부주간(정치 담당)은 "햇볕 정책으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국 정부의 정책은 매우 낙관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아사히신문의 미즈노 다카키 뉴욕지국장은 "동아시아에서는 본격적인 군비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며 동아시아의 미래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냈다.
미국과 일본 측 인사들은 노 정권 아래서 전통적인 한·미·일 3국 동맹이 깨졌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차기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가능한지,그에 따라 한국 대외 정책이 바뀔지를 예측해 보는 것이 이번 포럼 주최의 배경으로 보였다.
비공식 자리에서도 외국 기자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수준으로 한국 정치가 선진화되고,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처할 능력이 있다고 보는지 자주 물어와 기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여권은 공중분해되고 야당은 유력 후보 간의 헐뜯기로 어수선하다. 한국사람들보다 더 철저하게 한반도 미래를 연구하는 주변국 언론인들의 질문을 받으며 국내 정치 지도자들이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의 진로를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니 낯이 뜨거워졌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더 이상 계층과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국내 정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운명을 좌우할 대외 정책과 경제 정책이 이슈가 돼야 한다는 점을 되새기는 포럼이었다.
최인한 국제부 차장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