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11일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등록하면서 두 사람 간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끝 승부가 시작됐다.

한나라당이 오는 8월19일 당 대선 후보를 뽑는 투표를 실시키로 결정,70일간 대혈전의 막이 오른 것이다.

선거법상 당 경선후보로 등록하면 탈당해 대선 본선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한나라당의 분당 가능성은 사라졌다.

두 후보도 이날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겠다"고 다짐했지만,검증 등을 놓고 양측이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어 경선 파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이명박 출사표 "盧대통령 음해 강력경고 미래세력 연대 정권교체"

이 전 시장은 경선후보 등록을 마친 후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대통령과 경선 라이벌인 박근혜 전 대표를 그 어느때보다 강도높게 비난했다.

최근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온갖 비방의 근원지가 바로 이들 두 사람이고,이들의 공세를 물리치지 않고서는 경선 승리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설의 절반 이상을 두 사람 공격에 할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전 시장은 회견 벽두에 "노 대통령의 민주주의와 야당에 대한 도발적 행위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으려는 저열한 정치적 노림수"라며 "노 대통령에게 강력히 경고한다.

헌법과,국민과 싸우지 말라.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을 음해하지 말라.계속 그렇게 한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국정홍보처 폐지,기자실 통폐합조치 철회,정부차원의 '한반도 대운하 음해공작'에 대한 국정조사 등을 요구한 뒤 "노 대통령이 대선정국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시장은 이어 "작년 말 이래 제가 국민지지율 1위로 앞서 나가자 당 안팎에서 저를 끌어내리기 위한 공세가 집중돼 왔다"며 "참으로 참기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은 당 밖이 아니라 당 안의 우군이 네거티브 공세에 여념이 없다는 사실"이라고 박 전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이 전 시장은 이와 함께 경선이 끝나기 전이라도 뉴라이트를 비롯해 중도보수 시민세력,민주당·국민중심당 등의 일부 정치세력 등를 포괄하는 '대한민국 선진화 추진회의'(가칭)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무능한 이념세력을 유능한 정책세력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미래 선진화 세력과 연대해 정권교체를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


◆ 박근혜 출사표 "산업ㆍ민주화세력 손잡고 5년내 선진국 도약할 것"

박 전 대표가 이날 출마 선언에서 던진 화두는 '선진국'이었다.

출마 선언문 제목 자체가 '5년 안에 선진국,다시 한번 기적을 만들겠다'였다.

그는 "아버지께서 못다한 두 가지를 꼭 하려고 한다"며 그 하나로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꼽았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공(功)'을 부각시키며 그 뜻을 자신이 이어가겠다는 의미라고 캠프 측은 설명했다.

박 전 대표는 "저에겐 부모님도,남편도,자식도 없다.

오로지 대한민국만 있다"며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기적을 반드시 이뤄 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그는 분야별 큰 틀의 비전을 제시했다.

박 전 대표는 "나라의 근본부터 바로 세우겠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철석같은 신념으로 지켜내고 대통령부터 법을 지키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작은 정부,큰 시장의 철학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며 세금과 정부는 줄이고 규제는 풀며 법질서를 바로 세운다는 이른바 '줄푸세'공약을 재차 강조했다.

교육혁명과 과학기술 혁신,원칙있는 대북정책도 내세웠다.

부친 시절의 '과(過)'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내며 '과거와의 화해'를 시도했다.

'아버지께서 못다한 두 가지'중 또 하나로 "그 시절 고통을 받던 분들에게 보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 아버지 시대에 불행한 일로 희생과 고초를 겪으신 분들과 그 가족분들에게 항상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사과한 후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이 손을 잡고 새 선진한국을 건설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검증문제에 대해 "선거과정 자체가 검증과정"이라며 "대선후보는 철저히 검증받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