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물량만 취급하는 아울렛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올 하반기 대기업이 포기한 패션 브랜드를 사서 아울렛 PB(자체 상표)제품으로 차별화를 시도할 예정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국내외 패션업체들이 팔지 못해 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아놓았던 재고물량을 헐값에 사서 되파는 창고형 패션아울렛 시장을 개척한 이남욱 ㈜나이키곤지암창고형마트 사장(46).

11일 기자와 만난 이 사장은 "자신을 '의류 땡처리업자'라고 스스럼없이 소개했다.

수도권 지역에 500평 이상의 13개 아울렛매장을 운영하며 한 해 약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버젓한 기업 대표의 자기소개론치곤 다소 의외였다.

홍익대 건축학과(81학번) 출신인 이 사장은 대학 졸업 후 아남정밀에 입사,니콘카메라 영업사원으로 2년간 일했다.

이때 도박(포커)에 빠져 2년간 방황하기도 한 그는 "우연한 기회에 의류땡처리 이벤트 행사에 발을 들여놓았다"며 "베팅과 판단력이 필요한 포커의 경험이 매번 2억원 이상 투입되는 이벤트 행사와 비슷한 면이 있어 행사마다 대박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잘나가던 이 사장은 1997년 나이키코리아가 운영하던 곤지암창고를 16억원에 매입,곤지암나이키매장을 선보이며 실내체육관이나 호텔연회장 등을 전전하던 땡처리업자에서 번듯한 사업가로 변신했다.

현재 동탄 봉담 대전 남양주 파주 등 13개의 창고형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05년 초까지 나이키 단일제품만 취급하는 팩토리아울렛 위주로 사업을 해왔으나 그 해 9월 '오렌지카운티'라는 상호로 나이키를 포함한 멀티브랜드 매장을 열었다.

오렌지카운티는 출시 1년 지난 재고물량을,팩토리아울렛은 2년 지난 제품을 각각 취급하고 있다.

나이키매장은 직영하고 있으며 나머지 14개 브랜드는 보증금과 월세 없이 매달 판매액에 일정비율 수수료를 받고 운영하고 있다.

"현재 창고형 패션아울렛몰만 전국에 200여개가 있습니다.

누가 괜찮은 브랜드의 재고물량을 확보하느냐가 생존의 관건입니다.

지금도 일부 업체는 재고물량이 없어 신제품을 팔면서 재고물량은 구색용으로 갖춰놓고 있어 앞으로 2~3년 내에 문 닫는 곳도 나올 겁니다."

이 사장은 갈수록 열악해지는 아울렛시장의 돌파구로 대기업들이 출시했다가 큰 반응을 얻지 못해 접은 패션브랜드를 택했다.

오렌지카운티는 현재 크고 작은 국내 13개 패션 브랜드를 인수해 오렌지카운티 매장에서 PB상품으로 팔고 있다.

이 사장은 "올 10월께 인지도가 높았던 대기업 패션 브랜드와 매장 30개,재고물량을 한꺼번에 사기 위해 협상 중"이라며 "사업의 축인 나이키 재고판매와 함께 사들인 브랜드는 중국시장에서 생산해 자체 PB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