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 7일(현지시간) 일부 퀄컴 칩을 탐재한 휴대폰의 수입금지를 결정하자 국내외의 관심은 이 결정이 우리나라 휴대폰 업체들의 대미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쏠렸다. 우리나라 휴대폰 업체들의 퀄컴에 대한 의존도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ITC의 결정 이전에 미국에 수출하던 모델들은 수입금지에 해당이 안 되며, 관련 업체들 또한 대체기술 개발 등 이에 대한 대비를 해왔다고 밝히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크든 작든 영향이 없을 수 없고 보면 간단히 보아 넘길 일은 아니다.

ITC가 문제삼은 것은 퀄컴이 경쟁사인 브로드컴의 휴대폰 배터리 관련 특허기술을 침해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특허분쟁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그 불똥이 휴대폰 완제품 업체들에 그대로 튈 수 있다는 것이다. 휴대폰처럼 성숙단계에 접어든 IT분야일수록 유사한 특허분쟁은 앞으로 더욱 빈발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부품·소재나 관련기술들을 해외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IT업체들로선 그 때마다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이번 사건은 몇 가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모든 기술을 우리가 개발할 수도 없고 또 그것이 반드시 최상의 전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기술들에 대해서는 특허분쟁 가능성 측면에서 그 위험도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분쟁 가능성이 높은 기술이라면 대체해 나갈 필요가 있고, 또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기술 역시 그런 관점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핵심·원천기술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확보 노력도 긴요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배터리 특허기술은 핵심기술이 아니어서 다른 기술로 대체할 수 있다고 업체들은 말하지만 만약 핵심기술이었다면 단기간 내에 대체가 어렵다. 그런 경우는 타격이 그만큼 클 수 밖에 없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휴대폰을 둘러싼 국제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수익성 악화 등 여러가지 어려움에 직면한 국내 휴대폰 업체들로서는 새로운 전략적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기존 전략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기회에 신제품을 통한 시장확대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부품·소재, 핵심기술 등 연구개발 측면에서의 전략 변화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