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옙'(YEPP)과 레인콤의 '아이리버'(iriver) 간 선두 다툼이 치열하다.

옙이 지난해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서면서 아이리버가 명예 회복을 위한 반격에 나선 상태다.

이런 가운데 세계 1위인 애플의 '아이팟'(iPod)이 높은 소비자 충성도와 산뜻한 디자인을 내세워 두 회사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갤럽이 일반 소비자 2547명을 대상으로 MP3플레이어 보유 여부를 조사한 결과 소비자가 많이 갖고 있는 브랜드(누적 점유율)는 단연 아이리버와 옙이었다.

응답자의 24.5%인 624명의 MP3플레이어 보유자 중 31.7%가 아이리버를 갖고 있었고 옙은 29.1%로 아이리버를 바짝 추격했다.

코원의 '아이오디오'(8.6%),애플의 '아이팟'(7.7%),LG전자의 '앤'(4.8%),현원의 '모비블루'(2.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점유율 1위는 옙,미래경쟁력은 아이리버

지난해만 살펴보면 옙의 시장 점유율이 33.2%로 아이리버(26.1%)보다 약 7%포인트 높다.

누적 점유율에서는 아이리버가 앞서지만 지난해부터 옙이 1위 브랜드로 부상한 것이다.

아이리버는 국내 시장을 주도해온 MP3플레이어의 대명사지만 대기업의 공세로 지난해 주춤한 반면 옙은 삼성전자라는 거대 기업의 신뢰도가 선두 브랜드로 도약하는 동력이 됐다.

신정호 한국갤럽 차장은 "이번 조사는 소비자들의 몇 년 간 구입상황이 누적된 결과이므로 현 시점에서 각 브랜드별 판매 대수,매출 등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옙과 아이리버 간 치열한 1위 다툼과 아이팟의 선전이 향후 관전 포인트다.

한국갤럽이 자체 개발한 미래 경쟁력 진단 지수인 G-CBPI에서 아이리버와 옙은 각각 32.5와 22.1을 나타냈다.

설문 분석 결과 A브랜드를 사겠다는 소비자가 40%이고,A브랜드는 사지 않겠다는 소비자가 15%라면 G-CBPI는 25가 된다.

따라서 지난해 시장 점유율에서 2위로 밀린 아이리버가 다시 옙을 앞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아이리버의 구매자가 주로 여성과 젊은층인 반면 옙은 상대적으로 중장년층이 선호한다는 점에서도 향후 점유율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충성도에서는 아이팟이 1위

아이팟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팟은 G-CBPI에서 15.1을 기록,점유율 3위 업체인 아이오디오(-5.3)를 크게 앞질러 향후 국내 시장에서의 약진 가능성을 예고했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것도 강점이다.

브랜드 교체 의향과 제조업체 이미지 등을 감안해 소비자의 충성도(로열티)를 측정하는 '갤럽 플로팅 모델'(Gallup Floating Model) 조사 결과 아이팟 보유자의 충성도가 19.0%로 가장 높았고 아이리버(15.9%)와 옙(15.7%)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밖에 소비자의 브랜드 만족도 조사에서는 아이리버(72.6점)와 아이팟(72.3점)이 옙(70.6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아이리버는 성능(기능)과 편리성 항목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고 아이팟과 옙은 각각 디자인과 휴대성 측면에서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았다.

MP3플레이어 보유자 중 44.3%는 브랜드를 바꿀 용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MP3플레이어가 비교적 고가임에도 고객 만족도가 70점대 초반으로 낮아 새로운 브랜드로 바꾸려는 교체 수요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아이리버와 옙의 1위 경쟁에 아이팟이 가세해 향후 뜨거운 시장 쟁탈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