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초속 5센티미터-벚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개봉된다.

신카이 마코토는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별의 목소리' 등 전작으로 국내에서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갖고 있다.

지난달 23일 개막한 제11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2007) 개막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할리우드의 3D 애니메이션이 결코 따라갈 수 없는 2D 애니메이션만의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준다.

영화는 초등학교 졸업과 함께 떨어지게 된 도오노 다카키와 시노하라 아카리의 첫사랑 이야기.폭설이 내리던 밤의 가슴 벅찬 첫 느낌 '벚꽃 이야기',다카키를 짝사랑하는 여고생 스미타 가나에의 눈물 '코스모나우트',어른이 돼도 잊혀지지 않는 마음 '초속 5센티미터' 등 세 가지로 이뤄진다.

'어느 정도의 속도로 살아가야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다소 간지러운 메인 카피만 보면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건 기우다.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인데도 등장 인물들이 보여주는 여러 감정의 '떨림'이 놀랄 만큼 마음속 깊이 전달된다.

눈발이 흩날리는 지하철 플랫폼,떨어지는 빗방물,동산 위에서 바라본 석양 등 애니메이션이라는 '마술'을 통해 더 서정적이고 낭만적으로 포착된 장면들은 까맣게 잊고 있던 첫사랑의 기억까지 되살려준다.

'언제나 찾고 있어 어딘가에 있을 너의 모습을/건너편의 집,골목길의 창문 이런 곳에 있을리가 없는데….' 엔딩곡 '원 모어 타임,원 모어 찬스(One More Time,One More Chance)'는 짧은 상영 시간(63분) 이후에도 머릿속을 쉽게 떠나지 않는다.

'오겡키 데스카'의 '러브 레터'를 좋아했던 관객들이라면 절대 실망하지 않을 '얄밉도록'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21일 개봉.전체.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