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원광대에서 열린 특강에서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규정한 선거법 9조에 대해 "어디까지가 선거운동이고 정치중립인지 모호한 구성요건은 위헌"이라고 말했다.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참여정부 평가포럼 특강과 관련해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리고 선거중립의무 준수를 요청한 데 대해 법적 대응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 셈이다.

노 대통령은 또 "어떻게 대통령이 정치중립을 하겠느냐" "내가 후보로 나오지 않더라도 다음 정권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선관위 결정에 대한 불만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전날 청와대가 발표한 "매우 유감스럽고 납득하기도 어렵다.

법적 문제를 면밀하게 검토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공식 입장과 맥락(脈絡)을 같이 하는 발언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대선개입 의지를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선관위 결정에도 불구하고 적절치 않은 언행을 되풀이할 경우 대선정국에 큰 혼란을 초래(招來)하는 것은 물론 엄청난 국력낭비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는 까닭이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선관위 결정을 겸허하게 수용해 더이상 정치적 중립을 저해(沮害)하거나 사전선거운동의 오해를 유발하는 발언은 삼가야 할 것이다.

그보다는 임기말을 맞아 국정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번 선관위 결정은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대선정국에서 공정한 관리자로서의 자세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