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죽음을 만나는 남자, 법의학자 유성호 서울대 교수가 신간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를 펴냈다. 27년간 3000건 이상의 부검을 수행하며 깨달은 죽음과 삶에 관한 통찰, 나아가 유한한 삶과 필연적 죽음에 마주하는 '실천적 방법'을 담은 책이다. 유 교수가 죽음 공부를 통해 얻은 깨달음은 한마디로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어떻게 사느냐' 만큼이나 '어떻게 죽느냐'도 중요하다. 이 책에는 죽음에 직면하는 방법에 관한 지혜가 실려 있다. 저자는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생명을 유지하겠다는 것처럼 무모하다"고 말한다. 유 교수는 '유언'이라는 키워드로 죽음과 삶을 직면할 것을 권한다. 일본에는 ‘슈카스’, 즉 임종 활동의 일환으로 ‘엔딩 노트’를 쓰는 문화가 있다. 노인들이 인생의 마지막을 충실하게 준비하기 위해 작성하는 기록으로, 장례 절차와 유품 처리·유언 등을 담는다. 청년과 중장년들에게도 자신의 삶을 점검하는 도구로서 조명받고 있다. 유 교수는 "유언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남기는 말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더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실천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 역시 매년 한 번씩 유언을 쓰며 기꺼운 마음으로 죽음을 상상하고 준비한다고 한다. 이로써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고 살아갈 날들을 계획한다는 설명이다. 자필로 묵묵히 써 내려간 저자의 유언이 뭉근한 감동을 자아낸다. 이 외에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깊이 사랑하는 방법, 인생의 의미와 목표를 발견하는 방법, 죽음을 능동적으로 맞이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로 인기를 끈 에드워드 리(한국명 이균) 셰프의 에세이 <버터밀크 그래피티>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미국에서 출간 뒤 2019년 요식업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상 도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 책은 그가 2년 동안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과 음식,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문화와 정체성에 관한 기록이다. 미 남부를 상징하는 식재료이자 그가 애용하는 '버터밀크'와 꿈 없이 방황하던 10대 시절 몰두했던 '그래피티'가 결합된 제목처럼, 낯선 것이 만나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이민자의 요리와 삶을 표현했다. 이 책은 요리책처럼 보이지만 요리 레시피만 담긴 건 아닌다. 레시피는 짧고, 그 흔한 요리 사진도 없다. 요리보단 이야기가 핵심이다. 리 셰프는 미국 각 도시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체성과 전통, 기술을 계승하고 있는 '이름 없는' 이민자 요리사들에 주목한다. 푸드트럭 주인부터 시장 상인, 작은 레스토랑의 셰프들을 만나고 그들의 주방에 들어가 묻는다. "당신에게 음식이란 무엇인가요?". 그는 발효한 생선과 내장을 으깨 만드는 강렬한 ‘툭 프로혹’에서 캄보디아 요리의 특별한 짜임새를 발견한다. 양고기 국물에 끓인 국수 ‘라그만 수프’의 축축한 흙과 피가 섞인 듯한 강렬한 맛에서 핏줄이 튀어나온 노쇠한 요리사의 손놀림을 느낀다. 모로코의 비밀스런 버터 ‘스멘’ 레시피를 전수받기 위해 처음 보는 젊은 모로코 여성의 부엌에 가서 30년 넘게 숙성이 가능한 발효 버터 만드는 법을 배우고 교감한다. 저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인류를 다시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고, 스페이스X는 인류의 화성 이주를 추진한다. 중국은 이미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운영 중이고, 일본은 달 착륙에 성공했으며 인도는 유인 우주 비행에 도전하고 있다. 과연 인류는 우주에서 살 수 있을까?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우주여행자를 위한 생존법>은 NASA 고문으로 일하는 천체물리학자 폴 서터가 우주에서 생존하기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설명한 책이다. 지구를 벗어나는 순간 마주하는 진공의 공간은 우리 몸을 두 배로 부풀게 할 것이다. 여기에 우주 방사선 문제부터 크고 시속 3만km로 움직이는 작은 운석과의 충돌 위험, 초신성과 블랙홀, 중성자별과 암흑 물질 등 위협까지 두루 보여준다. 이런 어려움에도 과연 화성에 이주를 할 수 있을 건지 인류가 그동안 알아낸 모든 사실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블랙홀이나 일반 상대성 이론, 쿼크나 스핀이 등장하는 양자역학 개념까지 두루 등장한다. 어렵지만 저자의 유머가 섞여 지루하지 않게 풀어가고 있다. 저자가 보여주는 '우주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우주가 얼마나 경이롭고 웅장하고 아름다운 곳인지 느끼게 된다. 우주를 동경해본 독자라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설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