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에비앙으로 유명한 다농과 중국최대 식품업체인 와하하(娃哈哈)그룹은 지난 10년 동안 중국사업을 함께해 온 파트너다.

그들은 '와하하'브랜드의 생수로 중국시장을 석권했다.

그러나 다농과 와하하그룹은 지금 철천지 원수가 됐다.

'와하하'브랜드가 화근이었다.

와하하그룹이 계약을 어기고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한 제품에 '와하하'브랜드를 달았다.

다농은 발끈했고,차라리 해당 계열사를 넘기라고 요구했다.

와하하그룹이 이를 거부하자 다농은 미국법원에 고소한 것이다.

누구의 편을 들 생각은 없다.

다만 와하하그룹이 합작계약 당시의 계약을 어긴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와하하그룹도 그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고 있다.

다농은 계약은 계약이고,이것은 지켜져야 한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시장이 커지고 기술을 이전받으니까 뒤에서 딴 살림을 차리는 것이 아니냐'는 게 다농의 시각이다.

중국 내 외국기업 사이에서는 '속이기에 익숙한 중국상술'의 대표적 모습이라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와하하그룹은 이 같은 비난에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 회사는 오히려 민족주의 애국정서를 은근히 부각시키며 다농을 공격하고 있다.

'기술과 브랜드를 갖고 있는 외국자본이 중국시장을 통째로 삼키려 한다'는 식으로 비방하고 있다.

덕택에 다농은 '시장만 차지하고 산업발전은 방해하는 추악한 외국자본의 전형'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와하하그룹 노조(공회)는 정부가 개입해서 이 같은 '불순한'행위를 금지시켜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중국정부는 노조의 청원이 있은 뒤 에비앙생수에 대장균이 득실거린다는 조사결과를 발표,와하하그룹의 편을 든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기업과 정부 노조가 똘똘 뭉쳐 외국기업을 공격하는 양상이다.

다농과 와하하그룹의 분쟁은 외국자본과 기술이라고 해서 무조건 고개를 숙이지 않는 중국자본의 성장을 확인시켜준다.

중국의 '경제 국수주의'성향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기업도 언제든지 당할 수있다.

중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윈윈의 해법을 찾는 신중한 접근법이 필요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