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민준 장샤오강 등 중국 현대화가 작품이 미국 유럽 등에서 수십억원대에 팔리다보니 공산품에도 '차이나 프리미엄'이 붙고 있어요.
21세기에는 문화가 경제의 새로운 동력입니다.
최근의 미술품 투자 열풍이 문화를 산다는 의미가 있는 만큼 한국도 이제는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고 생각해요."
서울 인사동의 '터줏대감' 선화랑 개관 30주년 기념전을 갖고 있는 김창실 대표(72)의 '예술경영론'이다.
그는 "예술경영은 우리 작가들이 세계 속에서 도약할 수 있도록 아스팔트를 깔아주는 작업의 하나"라며 "미술품 투자는 개인의 수익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증진시키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약대를 나온 김 대표가 미술과 만난 때는 1960년대 초.당시 약국을 운영하다 그림에 빠져 인사동에 들렀는데 이상한 느낌이 왔다고 한다.
요즘 식으로 얘기하면 인사동 분위기와 '코드'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그 느낌이 1977년 인사동에서 화랑사업을 시작하도록 이끌었다.
그는 가나아트갤러리,국제갤러리 등 대형 화랑들이 속속 인사동을 떠나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2003년에는 340평 규모의 4층 신축 건물도 세웠다.
그런 고집은 총 330회의 전시회로 이어졌다.
1984년에는 '선미술상'을 제정해 한국미술의 주춧돌이 될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해 오고 있다.
그는 전시할 작가 선정에도 각별한 애정을 쏟는다.
남보다 먼저 작가의 작품을 접하는 만큼 보는 순간 '전율'을 느끼지 못하면 예술성과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다.
"선화랑에서 전시회를 갖고 싶다는 작가들의 전화가 수없이 걸려옵니다.
국내에는 5만여명의 작가가 활동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사람은 1%도 안돼요.
많은 작가 중에서 '진주'를 찾아내는 것이 마치 펀드매니저가 주식 시장에서 유망 종목을 고르는 것과 비슷해요.
작가의 화력,인간성,작품에 쏟는 열정,시장성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거든요."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김형근을 비롯해 김흥수 권옥연 남관 김종학 장리석 황유엽 곽훈 이숙자 김병종 김춘옥 등 300여명이 선화랑을 거쳐갔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 대표는 최근의 미술시장 분위기에 대해서도 "경제상황에 따라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붕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문화투자 시대가 열리는 만큼 최근 미술시장의 호황 분위기는 적어도 10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11일까지 계속되는 선화랑 개관 30주년 기념전에서는 300호에 달하는 남관의 청색 추상화를 비롯해 김종학의 6폭짜리 대형 꽃그림,박서보의 초창기 묘법,김형근의 여인초상,김흥수의 여인 누드 등 대작 1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김 대표는 1991년 초대 한국화랑협회 회장을 지냈고,현재 세종문화회관 후원회 부회장,인사미술제 초대 운영위원장,국립발레단 후원회 부회장,예술의전당 후원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02)734-04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