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문화관광부 장관은 지난 2일 직원 300여명과 함께 서울 삼청동쪽에서 출발해 숙정문을 지나가는 서울성곽을 따라 산행했다.

산행 도중 그는 국내외 답사 경험을 풍부하게 들려주면서 "현장을 알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 장관은 문화유산 답사 모임인 사단법인 우리문화사랑(회장 안병주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회원으로 남한산성,북한산성,서울성곽 등 전국의 문화 유적을 10년 이상 답사해온 애호가다.

고서점의 맥을 잇는 김영복 문우서림 대표,역사학자이자 고문서 전문가인 하영휘 가회고문서연구소장 등 30~40명이 이 모임의 멤버.이들과 함께 활동해온 미술평론가 손철주씨(학고재 주간)는 "김 장관은 행정관료 출신답지 않게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현장감을 잘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요즘 잘 나가는 소설 '남한산성'의 저자 김훈씨도 김 장관과 친한 사이.김 장관은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지내기 전인 경기관광공사 사장 시절이던 2004년 김씨의 여행에세이집 '자전거 여행'(생각의나무)이 나온 것을 보고 "각 지역의 역사와 삶과 풍경을 담아 8도 자전거 여행기'를 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김포평야,중부전선,남양만 갯벌,서해안 염전,광릉숲,남한산성 등 경기도 일원을 기행한 '자전거 여행2'라는 설명이다.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거쳐 총무처에서 관료생활을 시작한 김 장관이지만 그의 인맥은 이처럼 관계,문화계,체육계 등 여러 분야에서 폭넓다.

김 장관은 행정고시 11회 출신으로 총무처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박세직 재향군인회장이 총무처 장관으로 부임하면서 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이어 박 장관이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SLOOC)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위원장 비서실장을 맡았다.

김종하 전 대한체육회장도 김 장관을 각별히 아끼는 관계라고 한다.

또 당시 SLOOC에는 정부가 공무원 해외연수를 시행한 초기에 유학을 다녀온 각 부처의 소장 해외파들이 대거 발탁돼 이들과의 교분도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행시 12회로 총무처 후배이기도 한 김범일 대구시장과 문동후 전 세계태권도연맹사무총장이 대표적인 경우.김 시장은 미국 남가주대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SLOOC 휘장사업과장을 맡아 함께 일했고,1990년대 중반에는 청와대 비서관으로 함께 근무했다.

문 전 총장 역시 위스콘신대 유학 후 돌아와 SLOOC 경기조정과장,경기조정관을 맡아 함께 일했다.

김동호 부산영화제 위원장,도예작가 권순형 선생(예술원 회원)과 함께 김 장관이 '존경하는 선배'로 꼽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의 인연도 이때 시작됐다.

이 전 장관은 당시 서울올림픽 자문위원으로서 굴렁쇠 이벤트를 비롯한 개막식 축제를 진두 지휘했다.

이런 인연으로 두 사람은 지난해 경북도와 캄보디아 정부가 공동 주최한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6'의 한국 측 조직위원을 함께 맡기도 했다.

경기고 동문 중에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가까운 사이다.

또 오제세 열린우리당 의원,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안상수 인천시장,주진우 사조신동방그룹 회장,박진선 샘표식품 대표이사,양승우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대표이사,양천식 한국수출입은행장 등과도 친밀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법대 동기 가운데는 정상명 검찰총장을 비롯해 헌법재판관 검사장 법원장급이 수두룩하고,이희범 한국무역협회장,이강두 한나라당 의원,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조남호 전 서초구청장,김하중 주중대사 등과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같이 다녔다.

현재 문화부 내에는 이렇다 할 인맥이 없는 편.총무처 소속에서 1996년 차관이 되면서 문화부로 온 데다 장관으로 온 것도 10년 만의 '귀환'이어서 차관이나 실국장급과 차이가 많이 난다.

행시 동기들 중에도 현직 관료는 거의 없다.

문화예술계에선 연극인 손숙 박정자 김정옥씨 등과 친하고 '난타'로 유명한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이사,마술사 이은결씨,궁중음식 전문가 한복례씨,김용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장,'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기획·연출하고 서울 서교동에 비보이 전용 극장을 운영 중인 최윤엽 SJ비보이즈 대표 등과도 각별한 사이.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도 친분이 두텁다.

한편 김 장관은 열린우리당 친노의원 모임인 '의정연구센터' 초대 원장을 지낸 일로 이달 초 열린 국회 문광위 인사청문회에서 추궁당하기도 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