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창피했는지 모릅니다."

박남신(48)이 지난해 성적 부진으로 투어카드를 상실하고 입문 17년 만에 다시 시드전을 치른 뒤 주변 사람들에게 "앞으로 다시는 시드전에 안 나갈 것"이라고 했다.

거의 '아들 뻘'되는 선수들과 경기를 치르는 데 주변에서 '박남신이도 왔네'하면서 수군대는 통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한다.

시드전에서도 커트를 통과한 뒤 3라운드에서 76타를 쳐 자칫했으면 45위까지 주는 풀시드를 받지 못할 뻔했다.

하지만 마지막날 69타를 쳐 32위로 간신히 통과했다.

박남신은 지난 겨울 이를 악물고 연습했다.

'연습발'이 통한 것일까.

박남신은 3일 경기도 용인 아시아나CC 동코스(파72·6750야드)에서 열린 SBS코리안투어 금호아시아나오픈(총상금 5억원)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지난해 상금왕 강경남(24·삼화저축은행)과 합계 5언더파 283타로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홀에서 이긴 것.2000년 SK텔레콤클래식 우승 이후 무려 7년 만에 맞보는 감격적 우승이었다.

그는 이로써 국내 통산 20승을 달성했고 지난해 상금랭킹 90위를 하며 받은 총 1209여만원 상금의 10배에 달하는 1억원을 받았다.

박남신은 "2000년 SK텔레콤 우승 직후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를 당하면서 발목과 머리를 다쳐 성적이 하향세를 그렸다.

지금도 날이 흐리면 왼쪽 발목이 쑤신다.

'관록파'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접전이었다.

강경남이 11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포함,4타를 줄이며 합계 8언더파로 선두로 치고 나갔다.

박남신도 4타를 줄이며 합계 7언더파로 우승경쟁에 합류했고 '일본파' 김종덕(46·나노소울)도 합계 6언더파로 선두를 추격했다.

전날 선두였던 김경태(21·신한은행)는 11번홀까지 버디는 1개에 그치고 더블보기 1개,보기 2개를 범하며 합계 5언더파로 밀려났다.

김종덕도 12,14번홀 보기에 이어 15번홀에서 두 번째샷이 OB가 나며 더블보기를 기록해 우승경쟁에서 탈락했다.

강경남은 이후 12,16번홀에서 보기를 하며 16번홀에서 1.5m 버디를 낚은 김경태와 합계 6언더파로 공동선두가 됐다.

박남신은 15,18번홀에서 연거푸 보기를 기록하며 합계 5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마친 상태.

김경태는 17번홀(파4)에서 세 번째 어프로치샷이 홀을 20m가량 지나친 뒤 '3퍼트'로 더블보기를 범한 데 이어 마지막홀에서도 세컨드샷이 물에 들어가며 더블보기로 무너졌다.

강경남은 마지막 홀에서 파만 기록하면 우승이었으나 20m 지점에서 3퍼트를 하며 '아버지 뻘'인 박남신에게 연장을 허용했다.

18번홀(파4)에서 치른 연장 첫 홀에서 두 선수 모두 두 번째 샷을 그린 뒤로 넘겼다.

먼저 칩샷을 한 강경남이 3온2퍼트로 홀아웃한 뒤 박남신은 칩샷을 핀 옆 3m으로 보내고 천금 같은 파퍼트를 떨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18번홀 그린으로 후배 선수들이 뛰어나와 '노장'의 투혼에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