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기업들도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역사 속에서 명멸해간 수많은 국가들을 통해 스스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배워야 합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후기 산업사회의 중추 역할을 해내기 위해선 100년 앞을 내다보는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부회장은 지난 1일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뒤 한국경제신문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초 남미 출장을 다녀오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아즈텍이나 잉카,마야처럼 1000년 이상의 연륜을 자랑하던 문명들이 고작 수백명의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멸망했던 역사를 떠올리면 새삼스럽게 전율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윤 부회장은 "우리 경제는 지난 40년여 동안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130∼250년의 산업화 전통과 저력을 갖고 있는 선진국들에 비하면 모자라는 점이 많다"며 "기업 정부 국민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향후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미래와 관련해 "에디슨에서 시작된 세계 전자산업이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 등의 1세대 기업을 거쳐 일본의 소니 도시바 마쓰시타 등이 2세대의 바통을 이어받았다"고 정리한 뒤 "삼성과 LG가 다음 세대의 중심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지 못한다면 다른 나라 기업들에 당하고 말 것이며 다른 업종의 기업들도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경기상황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는 반도체 실적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 속에서 100년,200년을 살아갈 수 있는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윤 부회장은 또 우리나라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사이에서 어떤 전략을 갖고 움직이느냐에 따라 미래 산업발전의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일본과 같은 해양세력과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축으로 글로벌 경영을 지속하면서 중국 러시아 등의 대륙세력과 협력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나름대로의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윤 부회장은 자신의 이 같은 생각을 정리한 책자를 조만간 출간할 계획이라고 발혔다.

2004년 펴냈던 '초일류를 위한 생각'이 경영자로서 가져야 할 지혜와 통찰력,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리더십을 담았다면 총 700쪽에 달하는 이 책자에는 "경영자의 관점에서 쓰는 역사와 미래의 비전이 담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일훈·김현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