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유치'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잡으면서 유수 대학들이 국경을 넘는 일이 흔해지고 있다.

'교육 허브' 경쟁시대의 막이 오른 것이다.

이미 싱가포르는 MIT,시카고 경영대학원,존스홉킨스대 등을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MIT를 유치하기 위해 시설비와 인프라 구축 비용으로 1000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중동 국가들도 해외 대학 유치에 가세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경우 두바이에 '백화점식 대학 타운'인 '놀리지 빌리지(Knowledge Village)'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놀리지 빌리지는 해외의 단과대학들을 한자리에 모아 거대한 종합대학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싱가포르 등과 구분된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교육협회 참석차 싱가포르를 찾은 아욥 카짐 놀리지 빌리지 대표(사진)는 "놀리지 빌리지는 두바이를 포함한 중동권 전체의 인재 공급처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카짐 대표와의 일문일답.

-놀리지 빌리지는 독특한 컨셉트다.

대학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놀리지 빌리지는 대학 집합체다.

예컨대 경영대는 미국의 교육기관이,공대는 독일의 교육기관이,음대는 프랑스의 교육기관이 담당한다.

수요가 많은 단과대학의 경우 여러 대학을 동시에 유치한다."

-오일 달러를 통해 국가를 경영해 오던 아랍에미리트가 최근에 거대한 자유무역지대를 설정해 비즈니스 허브로 발돋움하고 있다.

놀리지 빌리지도 비즈니스 허브 계획의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진 것인가.

"오일달러의 시대는 끝났다.

실제 석유로 벌어들이는 돈은 전체 GDP의 5% 내외에 불과하다.

두바이를 비즈니스 허브로 만들려면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인재들이 공급돼야 한다.

하지만 두바이에는 이렇다할 교육기관이 없었다.

고심 끝에 해외 대학을 유치해 '교육 허브'를 만드는 방안을 생각해 냈다."

-대학 유치가 두바이에 입주한 외국계 기업과 연계해 이뤄진다고 들었는데.

"일단 두바이에 입주하는 해외 교육기관으로부터는 세금을 받지 않고 있다.

토지도 거의 무상으로 제공한다.

학교의 소유권도 100% 해외 교육기관이 갖도록 한다.

건물 건축비 등 이외의 비용은 두바이에 입주한 기업으로부터 펀딩을 받아준다.

기업들은 대학이 벌어들이는 수입의 일부분을 가져갈 수 있고 또 대학 졸업생을 직원으로 채용할 수도 있다.

기업과 대학 모두 '윈-윈'인 셈이다."

-실제로 어떤 대학들이 놀리지 빌리지에 입주해 있나.

"맨체스터 비즈니스스쿨,해리엇 와트대,ESMOD 프랑스 패션대,브리티시대 등 20여곳이 입주한 상태다.

주로 실무자를 키우는 중위권 대학이 많다.

'톱 클래스' 미국 대학의 유치를 위해 힘쓰고 있어 대학들의 수준이 머지않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놀리지 빌리지는 아랍에미리트 학생들만을 위한 것인가.

현재 해외 학생 비중은.

"2003년 설립된 기관이라 아직 20% 정도만 외국인이다.

한국 등 아시아지역 학생들도 중장기적으로 유치할 생각이다."

-수업은 영어로 이뤄지나.

"모든 강의는 100% 영어로 진행된다.

두바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려면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운영 방안은.

"놀리지 빌리지가 성공했다고 보고 더 넓은 부지를 찾고 있다.

2012년까지 현재의 놀리지 빌리지에서 30km쯤 떨어진 곳에 아카데믹 시티(Academic City)를 건설해 이곳으로 모든 대학을 옮길 예정이다."

싱가포르=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