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풍을 뒤로 하고 거대한 녹수가 쏟아진다.

천상에서 떨어지는 물길이 화폭에 옮겨붙어 보기만해도 시원하다.

폐부를 뚫을 듯 거침없이 낙하하는 물줄기는 애닯은 인생의 굴곡진 삶과 못내 흘린 눈물까지 말끔히 쓸어간다.'

'물의 화가' 송필용씨(48)가 12번째 개인전을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열고 있다.

금강산 구룡폭포를 비롯해 지리산 계절폭,설악산 토왕폭포를 그린 '생명의 순환'시리즈 등 30여점을 2개층 전관에 내걸었다.

그에게 물은 삶의 원동력이나 다름없다.

20여년 전 광주에서 담양으로 작업실을 옮기면서부터 유별난 물 사랑이 시작됐다.

담양 소쇄원의 물길을 보고 유독 혼탁하고 고단한 세상의 갈등을 물로 치유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송씨는 우리 전통회화의 기법을 원용해 유난히 굴곡이 많은 삶의 애환을 풀어내기도 했다.

흰 폭포수와 푸른 쪽빛의 바위는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나 단원 김홍도의 '구룡폭포'가 지닌 단순미를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한 것이다.

특히 이번 신작에서 폭포 물줄기의 속도와 무게감을 더 부각시켰다.

물보라와 물거품을 보다 격정적으로 묘사한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쏟아지는 폭포가 복을 부른다는 속설 때문에 송씨의 작품을 찾는 사람이 많아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100호(160×132cm) 대작이 작년보다 300만원 이상 오른 1300만~1500만원에 거래된다.

15일까지.(02)730-781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