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武賢 < 해양수산부 장관 >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육성 정책과 수출지향형 경제구조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례(類例)가 없는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최근 성장 동력이 한계점에 도달해 계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국가 동력으로 물류산업이 부각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1980년대 초 성장침체와 산업경쟁력 상실,재정적자와 고임금,노사갈등에 의한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을 경험한 바 있다.

네덜란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유럽의 관문'(Gateway to Europe)이라는 비전 하에 로테르담항을 중심으로 하는 물류중심 국가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명실상부한 유럽 제1의 물류강국으로 부상했으며 지난해 WEF(World Economic Forum) 국가경쟁력 세계 9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이라는 거대한 물류시장의 중심에 있을 뿐 아니라 유럽과 북미를 연결하는 주요 간선항로상에 위치하고 있는 등 천혜의 지리적 이점(利點)을 갖고 있다.

더구나 세계 최고수준의 정보통신 기술 및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등 물류산업 성장을 위한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정부는 2003년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건설'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우리나라의 동북아 물류 허브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진행 중이다.

우선 하드웨어 측면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2011년까지 부산항과 광양항 컨테이너 부두 68선석을 확충하고 300만평의 배후부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항만 배후지를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하고 국내외 물류·제조업을 유치해 자체 물동량과 부가가치 창출 기반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미 부산 신항 및 광양항 배후물류부지에 국내외 기업 41개 컨소시엄을 유치했다.

정부는 또 항만시설과 배후단지 등 인프라의 확충과 더불어 항만노무인력 상용화,하역장비 현대화 등 항만 서비스 개선 등을 통해 우리 항만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2010년까지 6.4%를 훨씬 상회하는 7.9%로 예상되고 있으며 세계 물류시장 규모는 2005년 6조달러(전 세계 GDP의 13.8%)에서 2010년 9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증가하는 세계 물류시장의 부가가치를 우리나라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해외 물류거점의 확보와 이를 바탕으로 통합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물류기업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으나,대규모 투자에 따른 위험부담과 투자정보의 부족은 기업의 해외진출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외 물류거점 확보 및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글로벌 물류네트워크 구축전략'을 마련,추진 중이다.

또한 기업의 해외진출 리스크를 분산하고 소요재원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해외 물류사업에 특화된 금융시스템을 구축,우리 물류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경제학자 아서 루이스(Arthur Lewis)는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마(魔)의 고개'를 넘어야 한다고 표현한 바 있다.

새로운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동북아 물류허브'의 실현은 이러한 '마의 고개'를 넘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며 정부와 기업,국민 모두가 함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세계 각국은 세계무역기구(WTO) 및 자유무역협정(FTA) 체제를 맞으면서 외자유치 등을 통한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특히 우리주변에는 선진국에 이미 진입한 일본과 최근 세계경제의 블랙홀로 자리 잡은 중국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우리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올해로 12번째인 바다의 날(31일)을 맞으며 우리나라가 '마의 고개'를 넘어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글로벌 물류국가로의 도약이 그 해답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