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호 롯데우유 회장(66)이 회사 주식의 10%를 임직원들에게 나눠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최근 롯데그룹에서 분가해 새롭게 출발한 회사인 만큼 전체 임직원 간 화합과 신뢰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기초작업이라는 설명이다.

신 회장은 29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서 비전 선포식을 갖기에 앞서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40년간 롯데그룹의 최고경영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그룹 성장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며 "자존심을 걸고 독립경영을 맡은 롯데우유와 대선주조·대선건설을 알짜 기업으로 일궈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형제 중 막내(10남매 중 9남)인 신 회장은 최근 롯데햄·우유를 롯데햄과 롯데우유로 분할한 뒤 주식교환을 통해 롯데우유 지분 100%를 갖고 독립했다.

롯데그룹 부회장과 운영본부 사장,롯데건설 부회장 등을 지낸 신 회장의 분가는 1967년 롯데제과 설립 당시 전무로 입사한 이래 40년 만이다.

-분가한 소감이 어떻습니까.

"한마디로 시원섭섭합니다. 그룹에 너무 오래 있었다는 느낌입니다.

좀 더 일찍 내 자신을 위해 살았어야 하는 건데….롯데그룹에서 정확하게 40년간 최고경영자와 동등한 위치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롯데그룹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세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제 입으로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수많은 재일동포들이 한국에 투자했지만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신격호 회장이 요즘에는 1년에 절반 정도 한국에 머물지만 창업 초기에는 한국에 거의 오지 못했습니다.

유창순 전 총리(롯데제과 고문 역임)와 제가 그룹의 터전을 닦고 이끌어 왔다고 할 수 있지요."

-우유는 사양사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롯데우유는 사실 롯데그룹 식품회사 중 가장 어려운 회사입니다.

지난해 매출 1800억원,순익 10억원에 불과합니다.

상당히 노력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얘기지요.

그러나 기업이란 경영에 따라 성패가 좌우됩니다.

롯데그룹에서 익힌 경험을 발휘해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이 있습니다.

그것이 저의 과제이고 자존심입니다."

-다른 사업체를 인수·합병할 계획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우선 롯데우유를 좋은 회사로 만드는 게 급선무입니다.

롯데그룹과 중복되지 않는 선에서 신제품을 내고 유통망과 마케팅을 강화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종업원과 경영자가 한마음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지요.

임금과 복지수준을 높여 직원들이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회사로 만들겠습니다."

-롯데그룹은 다른 대기업에 비해 임금과 복지 여건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당부분 저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젊었을 때엔 경쟁에서 이기고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서 정도경영에 대한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오너는 기업의 법적인 주인이지만 실질적인 주인은 종업원이고,그들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느끼게 됐습니다.

그래서 회사 주식 10%를 전직원들에게 나눠 주기로 했습니다.

종업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져야 건강한 기업이고 노사 간에 신뢰가 바탕이 돼야 좋은 기업이니까요."

-대선건설과 대선주조는 어떻게 이끌 계획입니까.

"부산에 있는 대선주조는 현재 공장을 증축하고 있습니다.

확장된 생산설비를 바탕으로 서울에 진출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겠습니다.

그러나 주류사업은 혁신에 한계를 지녔습니다.

그래서 대선건설을 적극 경영해보고 싶습니다.

중국 등 해외에서 주택과 상가사업에 뛰어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