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년 전이다.

건설교통부는 용인 동백지구를 택지지구로 지정하는 데 성공(?)한 뒤 자축 분위기였다.

분당 일산 등 수도권 5대 신도시에 비해 보잘것 없는 100만평짜리였지만,언론의 비판에 주눅이 든 최고 권력자가 신도시의 '신'자도 꺼내지 못하도록 엄명을 내린 상황에서 8년여만에 택지 공급의 물꼬를 텄으니 그럴만 했다.

당시에는 "지금 택지를 공급하지 않으면 5년 뒤 또한번 집값 대란 사태가 올 것"이라는 건교부의 호소가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 치부될 정도로 신도시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강했고 언론의 비판도 집요했다.

1996년 5대 신도시 입주가 마무리되고,준농림지에서 아파트가 쏟아지면서 집값이 안정됐지만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부실시공,교통지옥,베드타운화,난개발 등 신도시의 부정적 측면이 실제 이상으로 크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집값불안과 대규모 주택공급 정책은 거의 10년 주기로 되풀이 되고 있다.

정부는 1972년에 250만호,1980년에 500만호,1989년에 200만호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모두 집값불안이 사회문제로 비화되는 시기에 나온 응급처방이었다.

이 과정을 살펴보면 집값 불안→대규모 공급→집값 안정→추가 공급 준비→여론의 비판→공급 공백→집값 불안 재연→공급 재개라는 공식이 자리잡고 있다.

시장에서 얘기하는 '10년 주기설'이다.

분당급 신도시와 명품 신도시 건설을 둘러싼 작금의 논란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 하다.

최근 2-3년간 계속된 집값 대란이 정부의 공급확대 및 투기억제책으로 안정세를 되찾자 '언제 그랬냐'는 듯 추가 택지공급에 대해 비판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서다.

비판 내용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투기조장,난개발,교통난 등이 재료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수요억제보다는 공급확대가 해결책"이라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10년 전에 그렇게 신도시를 반대하던 사람들이 집값 대란이 일어나자 정부가 공급대책을 세우지 않고 팔짱만 끼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질책하더니 이제 집값이 좀 안정됐다고 정반대의 논리로 신도시 건설을 비판하고 있다"는게 정책 당국자의 원망이다.

분당급 신도시 건설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을 과거 10년간의 주택시장 흐름에 대입해 보면 결말 내기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신도시 투기도 실상은 후보지 찾기에 나선 언론의 보도경쟁이 빚어낸 측면이 없지 않고,교통난과 난개발도 단기적으로는 감내해낼 수 있는 부분임이 5대 신도시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주택이 부족한 게 현실이고,이는 언제 다시 집값 대란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10년 전 정부의 신도시 건설 계획을 초동진압하는데 앞장섰던 언론도 이제는 정부가 안거위사(安居危思;평안할 때 재난에 대비한다)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탰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언론을 포함한 모두가 신도시에 입대지 말자고 권하고 싶다.

주택수급 상황은 정부가 가장 잘 꿰뚫고 있으며 신도시 건설도 집값 안정을 위한 정책으로 믿어야 한다.

다만 분당급이니 명품이니 하는 수식어는 필요없어 보인다.

특정 지역이나 특정 계층만 배려하는 신도시로 비쳐져서는 안된다.

그냥 모든 국민들이 가서 살 수 있는 신도시이면 된다.

김상철 산업부장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