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대(對) 감세정책'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본격 정책 대결에 돌입했다.

검증 논란 등과 별개로 정책 대결을 통해 자신들의 집권 전략을 부각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 전 시장은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 띄우기에 나섰고,박 전 대표는 핵심 공약인 감세정책의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

오는 29일 경제분야를 시작으로 내달까지 대선주자 간 네 차례 토론회가 예정돼 있어 정책 공방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 李 "네덜란드 전문가도 긍정 반응"

이 전 시장이 자신의 대선 제1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고 있다.

경선 룰(rule) 논쟁이나 후보검증 공방과 같은 당내 문제에서 한 발 벗어나 정책공약을 중심으로 '국민과의 직접정치'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오는 29일부터 당 지도부 주최로 열리는 대선주자 정책토론회에서 기선을 잡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이 전 시장은 22일 서울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네덜란드 수자원관리부와 운하관련 건설업체인 DHV 관계자들을 만나 '한반도 대운하'를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지난주부터 한강과 낙동강 등을 돌며 현장답사를 한 이들은 "물의 양이 충분하고 운하를 만들기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운하 주변을 조선,레저,문화,관광 벨트로 개발하면 경제적 이익도 매우 클 것"이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DHV는 네덜란드계 토목회사로 우리나라에서는 새만금 간척사업과 경인운하 건설사업에 컨설팅 용역을 수행한 바 있다.

이 전 시장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네덜란드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서 태스크 포스(TF)를 구성,(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면서 "자본 투자보다는 선진기술 측면에서 협조를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운하가 개발되면 새로운 산업이 발생하고 문화와 관광,첨단산업의 벨트가 형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 전 시장 측은 지난 21일 '한반도 대운하 연구회' 주최로 학술심포지엄을 갖고 한반도 대운하 구상의 기본계획을 공개했다.

남북한을 합쳐 17개 노선에 총연장 3134km의 물길을 열어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거점 내륙항을 중심으로 첨단산업단지,관광·문화·유통단지 등을 개발함으로써 국토 균형발전도 도모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


◆ 朴 "세금줄여 30 ~ 40代직장인 공략?"

박 전 대표는 대선 공약을 '줄푸세'로 요약하고 있다.

세금을 줄이고,규제를 풀며,법 질서를 바로 세우자는 것의 약자다.

감세를 맨 앞에 내세운 것은 이를 대선 공약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에 관해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 시장과 차별화 해 '이슈'를 선점해 나가겠다는 뜻으로도 보인다.

박 전 대표가 22일 내놓은 감세정책에는 근로자·서민들이 솔깃해 할 방안들이 망라돼 있다.

물가 상승률만큼 소득세율 과표구간을 자동조정하는 물가연동소득세제를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 200만원인 공·사교육비 소득공제 혜택을 400만원으로 늘렸다.

기초생활보장대상자들에게 가전제품 구입 때 부담하는 부가가치세를 연간 50만원 한도 내에서 환급해 주는 제도 등도 도입했다.

근로자의 50%가 소득세를 내지 않는 저소득층인데,이들에게도 실질적인 감세혜택이 돌아가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 같은 대책들은 박 전 대표에 상대적으로 냉담한 것으로 보이는 30,40대 봉급생활자를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서민 끌어안기'의 일환으로도 분석된다.

박 전 대표가 내놓은 감세 정책의 또다른 특징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 일자리 창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게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중기 최저한세율을 10%에서 7%로 낮춘 것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재정부담이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표의 감세정책이 현실화되면 6조원의 세수가 줄어든다.

박 전 대표는 감세로 인한 경기활성화로 다시 세수입이 늘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또 "지난 3년간 정부의 부실·중복 사업 규모가 39조원에 달한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는데,나라 살림을 제대로 운영한다면 세수 부족분은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구체성이 결여 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