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承烈 < 한국외대 교수·중국경제 >

요즈음 중국 아이들은 집에서 아버지를 뜻하는 '뎨(父 多 )'를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

발음이 가격 하락을 의미하는 '뎨(跌)'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전 재산을 끌어모아 주식시장에 투자한 아버지는 '뎨'라는 말조차 듣기가 싫은 것이다.

중국의 개인 주식 계좌 수는 약 1억개.세계 최대의 개미군단이다.

노동절 연휴가 끝난 이틀 뒤 중국 증시의 하루 거래 규모는 무려 50조원으로 중국을 제외한 전체 아태지역 증시 거래량과 비슷했다.

급기야 버블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중국은 지난 18일 예금 및 대출 기준금리와 지불준비율 인상,그리고 환율의 일일 변동폭 확대 조치를 한꺼번에 취했다.

중국이 석 장의 금융정책 카드를 동시에 뽑아든 것은 초유의 일이다.

또 15일 은행 지불준비율을 상향 조정한 이후 며칠 되지 않아 다급히 다시 조정 방침을 밝혔다.

강력한 거시경제 긴축정책 의지를 과시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추진된 경기 억제 대책의 연장선이다.

2004년 시작된 중국의 경기 억제 정책은 2006년 봄까지만 해도 산업별로 이뤄졌다.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건설 분야가 주요 억제 대상이었다.

그러나 작년 봄 이후 중국의 거시경제 관리 수단은 전면적인 유동성 조절로 전환됐다.

외환보유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1조2000억달러를 넘어섰고,유동자금이 증시로 몰려 버블은 커질대로 커져가고 있었다.

증시 안정을 위해 중국은 지난 1년 동안 은행 지불준비율을 무려 8차례,금리는 4차례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은 이번 세 가지 정책의 동시 발표로 시장이 '적절히' 반응해주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발표 이후 첫날 중국 증시는 보란 듯이 소폭 상승으로 마감했다.

투자자의 무모함인가,아니면 정책의 비효율성 때문인가? 1분기 경제성장률이 11.1%를 기록하고,소비자물가상승률이 3%의 경계 수준을 넘으면서 중국 정부의 강력한 긴축정책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예상했던 조치가 발표되자 오히려 시장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강력해 보이는 이번 긴축정책은 겉모습과는 달리 중국경제의 시장화 촉진 방안으로서,또 심리적 경고로서의 의미가 더 강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우선 예금과 대출 금리 인상폭이 예상했던 수준에 못 미쳤다.

또 환율 변동폭 확대 역시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 효과보다는 외환제도 개혁의 의미가 더 강하다.

외환시장 기능을 강화해 장기적으로는 태환화폐로 간다는 것이다.

우선은 민간 부문이 투자 동기에서 보다 많은 외환을 보유케 해 과도한 외환보유액으로 인한 유동성 증가 부담을 덜자는 의도다.

중국 정부의 정책 발표 과정을 보면 결연한 의지와는 달리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으려는 세심한 배려가 엿보인다.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장은 정책 발표 하루 전인 17일 정부의 긴축정책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면서 시장의 반응을 살폈다.

당국도 정책 발표 시간을 금요일 오후 업무 종료 이후로 잡았다.

지난 주말 인상에도 불구하고,중국의 실질예금금리는 아직 마이너스 수준이다.

또 막대한 부동산 개발 이익과 높은 기업수익률로 인해 대출 금리 인상의 긴축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은 주민 소득 증가와 일자리 창출이 사회 안정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임을 잘 안다.

잠재성장률을 9%대로 잡고 있는 중국은 잘 나가는 경제에 갑자기 브레이크를 걸 경우 '과열'보다 무서운 '침체' 또는 '궤도 이탈''하드랜딩(경기 경착륙)'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에 유의한다.

작은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태평양 건너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가 이번에 나타나지 않은 이유다.

이번 조치들은 중국이 거시경제 관리 수단으로서 행정적 규제 조치를 지양하고,시장친화적 정책을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외강내유(外剛內柔)의 정책이 가지는 심리적 효과를 통해 들떠있는 경제를 가라앉히되 고성장 기조는 유지한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본심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중국의 일거수일투족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다.

그들의 속내를 보면 대응책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