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대학들이 접근성과 질을 개선하지 못할 경우 10년 내에 중국이나 인도의 대학에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라고 얀 피겔 유럽연합(EU) 교육문화 담당 집행위원이 21일 주장했다.

피겔 집행위원은 이날짜 영국 일간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최고 대학들이 현대화와 기금 확보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현재의 위치를 고수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럽 대학 간의 학위 교류가 더욱 쉽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대학 기금 상태를 개선하고 학위의 질을 향상시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의 공학 기술은 세계 3위 수준이며 중국은 2015년까지 몇개 대학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면서 "만약 우리가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미국이나 인도의 대학들이 우리를 따라잡거나 앞서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타임스의 주간 특집 '더 타임스 하이어 에듀케이션 서플리먼트'가 발표한 세계 500대 대학에는 유럽 대학 200개가 포함돼 있다.

피겔 집행위원은 아직까지 중국의 베이징대와 칭화대, 인도의 인도공과대학(IIT) 정도만이 100위권 대학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지만 유럽 대학의 이러한 우세는 조만간 특히 과학 분야에서 미국 뿐만아니라 동남아시아에 밀리게 될 위기에 놓여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유럽이 다른 나라에 비해 기술 혁신면에서 뒤처지고 있다며 40만명의 유럽 기술자들이 미국에서 근무하는 현실을 언급했다.

그는 "월드와이드웹(www)과 CD-ROM은 영국에서 창시됐으며 MP3 플레이어는 독일에서 만들어졌다"면서 "우리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이 세 가지 모두 미국에서 완성돼 전 세계로 분배됐다"고 말했다.

영국대학협회의 드러먼드 본 회장은 "외국 학생들이 영국이나 유럽 대학으로 진학하려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유럽 학생들도 다른 곳으로 나가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학생들이 계속 외국으로 간다면 기업체도 이동하게 된다"면서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 경우 경제적인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luc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