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넘는 기초 화장품에 50만원짜리 피부 마사지까지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의 명품관에선 요즘 '스위스 퍼펙션'이 화제다.

스킨,로션,에센스,크림 한 세트를 150만원에 팔 정도로 세계 최고가 브랜드인 이 화장품이 2004년 9월 입점한 직후부터 '돌풍'을 지속하고 있어서다.

에스티 로더,샤넬,클라란스,시슬리 등 이 백화점에 입점한 26개 화장품 브랜드 중에서 매출 기준으로 줄곧 '톱 5'를 지키고 있다는 게 백화점 측 설명이다.

'쌩얼(화장기없는 얼굴)''피부미인' 등 '피부'를 여성미의 1등 조건으로 따지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고가의 스킨케어 화장품과 고급 피부관리 전문점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성형' 뺨치는 '피부' 붐


갤러리아와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서울 강남 일대 백화점가에서는 크림 한 통에 40만~7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화장품들이 매대의 맨 앞부분에 진열될 정도로 베스트셀러 상품으로 떠올랐다.

스위스 화장품 브랜드인 '라프레리'가 지난 3월1일 노화 방지와 탄력,미백 등에 효과가 있다며 58만원에 선보인 고기능성 화장품 '퓨어골드'(30ml)는 제품 론칭과 동시에 국내에 들여왔던 1차 입고 물량이 매진됐다.

라프레리는 국내 7곳에 매장을 두고 있지만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이 단연 1위 매장이다.

시세이도의 최고급 화장품 브랜드 '끌레드뽀 보떼'가 갤러리아와 현대백화점 등에 내놓은 고기능성 크림 '라크렘므'도 한통(25g)에 63만원이나 받지만 '없어서 못파는'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꼽힌다.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겔랑'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19만원짜리 오키드 아이크림(15ml)을 최근 출시했다.

역시 고급 브랜드로 꼽히는 SKII의 아이크림(9만~13만5000원)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운 초(超)고가인데도 겔랑의 품목별 매출순위에서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이들 화장품의 공통점은 강남지역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평균 객단가가 100만~200만원에 이르는 스위스 퍼펙션은 갤러리아 백화점 한 곳에서만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브랜드의 황금희 매니저는 "국내에 소개된 지 4년이 넘지만 소수만 사용하는 화장품,희소성 있는 화장품의 상징으로 인식되면서 고객들이 매장 확장을 원하지 않아 단 한 곳에서만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에스테틱 살롱,'1주일전 예약은 필수'


화장품 회사들이 강남지역에서 운영하는 고급 에스테틱 살롱들도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청담동에 문을 연 LG생활건강 화장품 브랜드 '후'의 '스파 팰리스'는 궁중 한방 컨셉트를 내세워 200여명의 회원을 단숨에 확보했다.

1주일에 한 번씩 피부 마사지 등을 받는 대가로 이들 회원은 매번 15만~50만원을 낸다.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클라란스'가 압구정동에서 운영하고 있는 피부관리센터 '클라란스 인스티튜트'도 1주일에 한 번 이상 꾸준히 관리를 받고 있는 회원이 300여명에 이른다.

이들 강남권 피부관리센터에서는 얼굴과 등경락만 손질할 경우 15만원,얼굴과 전신 풀코스를 받을 경우 50만~53만원을 내야 하지만 1주일 전에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관리받을 수 없을 정도로 매일 예약이 꽉 찬다.

한동안 성형수술이 지나치게 붐을 이룬 데 대한 반작용으로 '동안(나이보다 젊게 보이는 얼굴)' '쌩얼미인' 열풍이 불면서 이 같은 고가의 고기능성 화장품과 에스테틱 살롱이 강남을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클라란스 인스티튜트의 김세연 매니저는 "예전에는 주고객들이 30~40대 주부와 20대 후반의 전문직 직장여성들이었으나 최근들어 대학생과 60대 여성들로까지 연령층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