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수입차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는 혼다가 다시 한번 '가격 파괴'를 단행했다.

지난달 국내 무대에 데뷔한 시빅 1.8의 가격은 2590만원.

그러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고민스럽다.

아무리 차량 가격의 거품을 빼도 관세와 세금 등으로 인해 수입차는 동급의 국산차에 비해서는 비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0만~3000만원 대의 수입차들이 도리어 '품질에 비해 비싼 차'라는 오명을 쓰곤 하는 이유다.

실제로 시빅 1.8의 엔진 성능은 국산차인 쏘나타나 아반떼에 비해 나을 것이 없다.

그렇다면 동급의 국산차에 비해 수백만원씩 비싼 이 차가 출시 초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시빅 1.8을 타 보면 사람의 시선이 닿는 그 어느 곳도 소홀히 만들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세밀한 마무리 솜씨가 준중형급인 이 차의 품격을 웬만한 대형차 못지않은 수준으로 올려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운전석에 앉으면 탁 트인 시야가 시원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앞유리를 극단적으로 눕혀 놓아서 생기는 효과다.

팔이 끝까지 닿지 않을 만큼 넓은 대시보드는 속도계와 타코미터가 분리된 멀티플렉스미터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차 안 곳곳에서 일본차 특유의 섬세함이 발견된다.

앞유리와 창문이 만나는 부분에 작은 유리창을 만들어 커브길을 달릴 때 양옆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했다.

창문 스위치를 조작할 때도 팔이 좀더 편안하게 놓인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왜 그럴까.

팔걸이가 평평하게 돼 있지 않고 창문 조작 버튼이 있는 부분이 위로 약간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핸드브레이크 레버가 변속기 옆에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공간활용성까지 고려한 디자인이겠지만 세련되고 깔끔한 외양만으로도 매우 인상적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였을까.

VSA(Vehicle Stability Assist·차량자세제어장치)와 사이드에어백 등 일부 안전장비가 빠졌고 시트도 전동식이 아니다. 선루프와 후방 주차센서가 없는 점도 다소 아쉽다.

그러나 지난달 판매량에서 시빅 1.8은 이상의 장치를 모두 갖춘 시빅 2.0을 앞섰다.

약간 부족하지만 그런 시빅 1.8을 시장은 흔쾌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연비는 ℓ당 13.3㎞. 가격은 2590만원.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