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최근 은행장들과 만나 "집값 급락과 금리 상승에 대비한 가계대출의 사전적 위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급등하면서 변동금리부대출 금리가 고정금리부대출 금리를 오히려 웃돌고 있지만 고정금리대출의 인기는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미국의 경우 모기지론 중 85%가 고정금리로 돼 있으며 프랑스와 영국의 고정금리대출 비중도 각각 50%와 30%에 달한다.

한국처럼 고정금리대출 비중이 기형적으로 낮으면 요즘 같은 금리상승기엔 대출을 이용하는 서민들의 부담이 급증하고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고정금리대출 비중이 낮은 주된 이유는 국민들의 부동산 투자행태에서 찾을 수 있다.

투기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출기간 중 이자만 내다가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팔거나 다른 은행에서 대환대출을 받아 원금을 상환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당연히 초기 상환부담이 적은 변동금리대출을 선호하게 된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중 만기일시상환 비중은 2006년 말 기준으로 45.97%에 달한다.

대표적 고정금리 대출상품인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이나 e모기지론의 경우 거치 기간을 최장 3년으로 제한한 채 원리금 균등분할상환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초기 상환부담이 높은 편이다.

은행들이 금리변동의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 고정금리대출 취급 자체를 꺼리는 것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이는 장기채권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데다 유동화 시장이 없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은행들이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장기자본 조달이 원활히 이뤄져 자금운용의 기간 불일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을 유동화할 수 있는 시장이 없어 단기변동금리 위주로 대출을 운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 시중은행 강남 지점장은 "사실상 만기 때까지 금리가 고정되는 유일한 고정금리대출인 보금자리론과 e모기지론의 경우 은행들이 주택금융공사로부터 소액의 수수료를 받고 판매를 대행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자기 은행의 변동금리 상품을 주로 권하기 때문에 보금자리론 판매는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마땅한 대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활성화를 유도하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이 없는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기간은 단기,금리는 변동금리,상환방식은 만기일시상환 위주로 돼 있어 대출자가 대부분의 위험을 져야 하는 실정"이라며 "대출자가 미래 감당해야 하는 위험부담을 충분히 인식한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처방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