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창업자 김정주 대표 "내 얼굴 못 알아보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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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기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이 자기 회사 건물에서 봉변을 당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건물 경비원이 몰라보고 호통을 친다거나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쫓아내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카트라이더''메이플스토리'로 유명한 게임업체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39)는 최근 서울 강남 선릉역 근처에 있는 회사 빌딩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해질녘의 늦은 시간이라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 빌딩은 넥슨 소유는 아니지만 대부분 층을 넥슨이 쓰고 있어서 '넥슨 빌딩'으로 불린다. 그런데 그가 차를 몰고 빌딩 밖 주차장에 차를 대려고 하는 순간 경비원이 달려왔다.
"누구십니까? 외부인은 차를 대실 수 없습니다. 손님용 공간은 따로 있어요."
"네,잠깐 여기서 누굴 만나기로 해서요. 아주 잠깐이면 됩니다."
"그래도 안 됩니다. 옆으로 돌아가세요."
김 대표는 결국 손님용 주차공간에 차를 대고 자기 집무실로 올라갔다.
그런데 '봉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무실에 들러 볼일을 마친 그는 그냥 나가려다 직원들을 잠깐 둘러보기로 했다.
개발팀이 있는 층으로 내려가니 저녁 시간이라 대다수 직원이 저녁을 먹으러 가고 군데군데 몇몇 직원만 남아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일을 하고 있는 한 직원 뒤로 다가갔다.
조용히 뒤에 서서 직원이 테스트 중인 게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느낀 직원이 뒤를 돌아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누구세요? 여긴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여긴 개발실이라 외부인이나 잡상인이 함부로 들어오면 안 돼요."
떠들썩한 소리에 직원들이 하나 둘 몰려왔다.
개발팀은 게임회사에서 보안을 가장 중시하는 곳이라 그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직원들에게 떠밀리듯 나와야 했다.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는 게임업계에서 '은둔의 최고경영자(CEO)'로 불린다.
최초의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만들었고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게임회사 넥슨을 이끌고 있지만 노출된 적이 거의 없어서다.
게임 관련 행사뿐 아니라 넥슨 행사에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은둔적인 성향은 외부에 대해서만 그런 게 아니다.
내부 직원들도 거의 그를 만나지 못한다.
지난해 회사를 지주회사체제로 개편하고 넥슨을 권준모,강신철 공동대표에게 맡긴 뒤로는 그런 성향이 심해졌다.
그는 대부분 시간을 일본에서 시장을 개척하는 데 보내고 있다.
'김정주 봉변 사건'을 기자에게 알려준 넥슨 직원도 처음엔 자기 눈을 의심했다고 한다.
김 대표 얼굴이야 알지만 만난 지 하도 오래 됐기에 '김 대표랑 많이 닮았네'라고 생각하면서 유심히 지켜보기만 했다고 한다.
긴가민가 했다는 것.
창업자를 몰라보는 직원들도 그렇지만 자기를 몰라보는 직원들을 나무라지 않고 조용히 볼일만 보고 사라진 김 대표도 대단하다는 게 주변의 말이다.
자유분방하고 수평적인 게임업체이기에 가능한 일일까.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건물 경비원이 몰라보고 호통을 친다거나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쫓아내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카트라이더''메이플스토리'로 유명한 게임업체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39)는 최근 서울 강남 선릉역 근처에 있는 회사 빌딩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해질녘의 늦은 시간이라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 빌딩은 넥슨 소유는 아니지만 대부분 층을 넥슨이 쓰고 있어서 '넥슨 빌딩'으로 불린다. 그런데 그가 차를 몰고 빌딩 밖 주차장에 차를 대려고 하는 순간 경비원이 달려왔다.
"누구십니까? 외부인은 차를 대실 수 없습니다. 손님용 공간은 따로 있어요."
"네,잠깐 여기서 누굴 만나기로 해서요. 아주 잠깐이면 됩니다."
"그래도 안 됩니다. 옆으로 돌아가세요."
김 대표는 결국 손님용 주차공간에 차를 대고 자기 집무실로 올라갔다.
그런데 '봉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무실에 들러 볼일을 마친 그는 그냥 나가려다 직원들을 잠깐 둘러보기로 했다.
개발팀이 있는 층으로 내려가니 저녁 시간이라 대다수 직원이 저녁을 먹으러 가고 군데군데 몇몇 직원만 남아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일을 하고 있는 한 직원 뒤로 다가갔다.
조용히 뒤에 서서 직원이 테스트 중인 게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느낀 직원이 뒤를 돌아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누구세요? 여긴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여긴 개발실이라 외부인이나 잡상인이 함부로 들어오면 안 돼요."
떠들썩한 소리에 직원들이 하나 둘 몰려왔다.
개발팀은 게임회사에서 보안을 가장 중시하는 곳이라 그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직원들에게 떠밀리듯 나와야 했다.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는 게임업계에서 '은둔의 최고경영자(CEO)'로 불린다.
최초의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만들었고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게임회사 넥슨을 이끌고 있지만 노출된 적이 거의 없어서다.
게임 관련 행사뿐 아니라 넥슨 행사에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은둔적인 성향은 외부에 대해서만 그런 게 아니다.
내부 직원들도 거의 그를 만나지 못한다.
지난해 회사를 지주회사체제로 개편하고 넥슨을 권준모,강신철 공동대표에게 맡긴 뒤로는 그런 성향이 심해졌다.
그는 대부분 시간을 일본에서 시장을 개척하는 데 보내고 있다.
'김정주 봉변 사건'을 기자에게 알려준 넥슨 직원도 처음엔 자기 눈을 의심했다고 한다.
김 대표 얼굴이야 알지만 만난 지 하도 오래 됐기에 '김 대표랑 많이 닮았네'라고 생각하면서 유심히 지켜보기만 했다고 한다.
긴가민가 했다는 것.
창업자를 몰라보는 직원들도 그렇지만 자기를 몰라보는 직원들을 나무라지 않고 조용히 볼일만 보고 사라진 김 대표도 대단하다는 게 주변의 말이다.
자유분방하고 수평적인 게임업체이기에 가능한 일일까.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