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정보기술(IT) 기업이 아닌 컨설팅 업체가 돈을 벌기는 무척 어렵다.

컨설팅 수요가 국내에선 아직까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영세한 중소기업을 상대로 하는 컨설팅 회사라면 이익을 내기는 더 어렵다.

그런데 1년 새 매출을 20% 이상 끌어올리고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올린 컨설팅 업체가 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는 한국생산성본부(KPC).2005년 400억원을 조금 웃돌던 이 기관의 매출액은 지난해 600억원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으로 급증했고 영업이익률도 10%대를 올렸다.

창립 이래 사상 최대 성적이다.

비결은 뭘까.

'사상 최대의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낸 배성기 생산성본부 회장을 지난 16일 만나 그 비결을 물었다.

배 회장은 행정고시 19회로 산업자원부에서 27년간 관료로 생활하다 지난해 5월 공모를 통해 생산성본부 회장에 취임했다.

"처음 여기에 왔을 때 전체 240명의 직원 가운데 석사 학력 이상이 200명이나 됐는데,직원들의 생산성은 기대에 못미쳤죠.명색이 '생산성본부'인데 이름에 걸맞은 생산성을 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메스'를 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성과주의 시스템 구축이었다.

이전까지 상층부 경영진에서 결정했던 예산 편성과 인력 채용,심지어 해외 출장 계획까지도 죄다 부서장들에게 일임했다.

대신 각 부서와 직원 개개인이 업무에서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철저하게 측정해 월 단위로 생산성 고과를 평가했다.

이렇게 나온 생산성 결과를 토대로 연말에 부서별,직원별로 성과급을 차등 지급했다.

"작년 말에 부서장급 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 받은 직원들도 수두룩하다"고 배 회장은 귀띔했다.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생산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인력이나 업무가 각 부서에서 자연스럽게 없어졌다.

"예컨대 미국 일주일 출장 건이 있다고 칩시다.

예전과 달리 부서장에게 예산권이 있다 보니 출장의 성과가 없으면 부서 예산만 낭비하는 셈이어서 출장 계획을 더 철저하게 짭니다.

신입사원 채용도 마찬가지예요.

필요없는 인력을 뽑으면 부서의 생산성이 낮아지니까 불필요한 인력 채용이 알아서 줄어들더군요."

'인사시스템'도 생산성 평가를 반영하는 식으로 바꿨다.

다면평가를 통해 직원 개개인의 업무능력 등을 파악하고 여기에 개인별 부가가치 향상률을 반영,고과를 매겼다.

하위 20%에 해당하는 직원들에게는 이 고과평가를 개별적으로 통지했다.

이들은 '경고성 통보'를 받고도 인사에 대해 반발할 수 없었다.

배 회장의 '생산성 혁신 드라이브' 결과는 1년 만에 결실을 봤다.

"동종 업계의 평균 매출 증가율이 10% 안팎,영업이익률이 7% 안팎입니다.

그런 점에서 생산성본부는 지난 1년간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인 거죠."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생산성본부의 생산성은 앞으로 얼마나 더 높아질까.

배 회장은 "올해도 지난해 수준보다 20% 이상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자신한다"며 "2010년엔 국내 컨설팅업계 최초로 매출 1000억원 시대를 열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