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官) 위주의 권위주의적 관행을 과감히 없애겠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행사 때마다 내빈 생색내기에다 의전 시비 등으로 빈축을 사고 있는 개회식이나 내빈 소개 등의 절차를 아예 없애고 있다.

행사 때마다 시민들은 뒷전이고 기관장과 정치인들의 축사나 인사말 등으로 한 시간가량을 소비하고,심지어 내빈 소개 순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구태 때문에 시민들의 불만이 큰 탓이다.

울산시 남구청은 17일 열리는 울산고래축제 때 대회장의 개회사와 내빈 소개만 하고 환영사나 내빈 축사,격려사 등을 일체 하지 않기로 했다.

김두겸 남구청장은 "축제는 시민의 잔치이고 시민이 주인이 돼야 한다"며 "그동안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의 인사 잔치가 돼 왔던 개회식에서 과감히 탈피해 참가자들의 지루함을 없애고 초청 인사끼리의 인사 순서 다툼도 없애겠다"고 말했다.

인근 울주군은 각종 군수배 체육대회 행사에서 개회식을 아예 하지 않기로 하고 최근 열린 배드민턴대회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울산시의 경우 한발 더 나아가 각종 행사에서 유공자를 포상할 때 상을 받는 사람이 우대받고 중심이 되도록 행사를 진행키로 했다.

정부 훈포장이나 상장,감사패,공로패 등을 줄 때 "성명 OOO" 라고만 호명하던 것을 앞으론 반드시 '님'이라는 존칭을 사용하고 "상장 제OO호"라는 의미 없는 낭독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상자가 관중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단상을 향해 서던 것을 바꿔 관중을 직접 보면서 상을 받도록 해 축하 속에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권위주의적 행태를 바로잡기로 했다.

지자체의 이 같은 격식 탈피 움직임은 많은 선수와 가족이 모이는 자리가 내빈들의 '얼굴 알리기' 식으로 변질되면서 불거지는 부작용 때문이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축구 동호인들 간 지역 친선 축구대회에서는 구청 측이 국회의원 등 정치인을 줄줄이 소개하자 참가자들이 반발,개회식 도중 전원 철수하는 바람에 행사가 취소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