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런 제도가 남아 있다니 말이 안됩니다."

15일 법무사 시험 등록을 위해 서울 서초동 법원행정처를 찾은 김모씨(53)는 분함을 감추지 못했다. 10여년 전 법무사 시험을 준비하다 뜻대로 되지 않아 포기했던 김씨는 뒤늦게나마 재도전에 나섰다. 법무사 숫자가 늘어 예전만큼 고소득을 보장받지는 못해도 '자격증'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다. 검찰 수사관과 법원 직원 등 관련 공무원들에게 1차시험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아직도 시행 중에 있다는 얘기를 들은 김씨는 "지금이 어느 때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재 법무사시험에서는 법원 헌법재판소 검찰청 사무직원으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을 경우 1차시험이 면제되며 5급 이상 경력이 5년 이상이거나 7급이상 경력이 7년 이상이면 2차시험도 일부 면제된다.

법무사뿐 아니라 세무사 관세사 노무사 등 전문 직종도 관련 부처 공무원으로 근무한 경력자를 우대하는 비슷한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2001~2003년 관련 법률 개정으로 2차시험이라도 치르게 했지 그전에는 공무원 경력만으로도 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관련 분야에서 10년 이상 공무원으로 근무했으면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게 1차시험 면제의 논리지만 '반쪽짜리 전문가'라는 지적은 면키 어렵다. 특히 '특혜'시비도 끊이질 않고 있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되면 변리사 세무사 등의 자격을 자동 취득할 수 있는 현행 제도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변리사들이 특허법원이 아닌 민사재판에서도 소송대리를 할 수 있느냐 여부를 놓고 공방을 펼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변리사들은 지금도 특허 관련 소송이 있을 경우 변호사들은 자체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변리사의 도움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는 변호사들이 변리사 업무를 맡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변호사업계는 법률행위를 대리하는 것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며 사시 합격자로서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혜로 쉽게 자격증을 확보할 수 있는 현행 제도에 안주해 전문성을 얼마나 키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정태웅 사회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