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강풀(33)은 그림을 '못그리는' 작가다.

순정만화처럼 예쁘지도 않고 일본만화처럼 말초신경을 자극하지도 않는다.

결국 그의 작품 다섯편이 인터넷 누적 페이지뷰 2억5000만회를 기록하고 모두 영화화된 것은 그만이 가진 '스토리의 힘'에 근거한다.

오는 18일 오프라인으로 출간되는 '26년'도 그런 강풀의 능력이 드러난 작품이다.

'26년'의 주인공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에 참여했던 부모를 잃고,학살의 책임자를 '사적'으로 처벌한다.

강풀씨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200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소유 재산은 29만원 뿐"이라는 발언을 한 직후 '26년'을 기획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면할 때 '화해와 용서'를 내세웠지만,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 사람이 있어야 용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작품의 주제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실제로 그는 작품의 사실성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하루에 3시간만 자며 자료를 수집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했다.

연재하는 동안 협박전화를 받은 것도 여러번.정치적 메시지가 분명하다보니 개인 간의 사적인 감정을 다루던 때와 독자들의 반응도 매우 달랐다.

감동적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역사에 대한 또 다른 이분법적 해석'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독자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을 보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가 아직도 살아있다고 느꼈다"며 자신을 비난하는 답글마저 반가웠다고 말했다.

'26년'은 올 11월에 영화로도 개봉될 예정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