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고 가까이 하는 사람에게는 작은 일에도 감동이 있고 설렘이 있죠.

행복은 그렇게 세상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에게 오는 것이 아닐까요."

시인 도종환씨(53)는 14일 서울 인사동의 한식당에서 가진 시모음집 '꽃잎의 말로 편지를 쓴다(창작과비평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오늘날 시읽기의 의미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그는 2006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사업추진위원회와 함께 '문학집배원 도종환의 시배달'을 진행했다.

신경림 안도현 고두현 문태준 손택수 김선우 등 시인 52명의 작품을 가려뽑아 매주 월요일 아침 30만명에게 온라인으로 보냈다.

'꽃잎의 말로 편지를 쓴다'는 그동안 '배달'된 시들을 엮은 것.창비는 이와 함께 이시영 정우영씨 등 15명의 시인,탤런트 김혜옥씨,아나운서 유정아 이숙영씨,연극배우 원근희 윤미애 백익남씨가 낭송한 목소리를 담은 CD를 출간했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시집이 수십만부씩 팔리던 1990년대에 비해 최근에는 잘 팔리는 시집도 1만권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개인 블로그와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좋은 시들을 누리꾼들끼리 공유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문학집배원 도종환의 시배달'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도종환씨는 시 한편을 고르기 위해 일주일에 500여편씩 읽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그 중에서 한 편을 골라내는 일이었다.

시 독자들의 저변을 넓히고자 시작한 일이다 보니 되도록 대중적이고 쉬운 시를 골라야 했다.

그 결과 대구교육청에서는 아이들도 시를 접할 수 있도록 대구시의 모든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시를 '배달'받게 했다.

계절과 기념일에 맞춰서 시를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가령 1월 첫째주에 나갈 시를 고를 때,새해 첫날을 주제로 쓴 시들은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것들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작품을 내보냈다.

지난 3월 이재무 시인의 '봄비'를 선택했을 때는 시가 배달되는 날에 '봄비'가 오는 지 기상청 소식에 하루 종일 귀기울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잘 알려진' 시만 접하게 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래서 젊은 시인들의 작품도 많이 골랐고 시 출처와 작가에 대한 소개까지 자세히 실었다"며 "국민들이 시 자체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시선집과 함께 나온 CD에는 직접 자신의 시를 낭송한 시인들의 목소리도 담겨 있다.

도종환씨는 "성우나 연극 배우를 쓸까도 생각했지만,투박하더라고 진솔함이 담긴 시인들의 목소리를 담는 게 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취지를 밝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은 이번 책의 출간을 기념해 15일부터 내달 10일까지 다음 카페 '문학집배원 도종환의 시배달'에서 'UCC 시낭송축제'를 연다.

여기에 참가하면 6월 16일(교보문고 강남점),23일(교보문고 대구점)에 열리는 시낭송 콘서트에 초대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