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캐디는 플레이어의 분신이나 다름없다.

플레이어에게 유일하게 조언을 할 수 있고,잘못하면 '주인'인 플레이어에게 벌타가 돌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박희영(20ㆍ이수건설)이 캐디 때문에 우승을 날려버렸다.

12일 한국여자프로골프 KB국민은행 스타투어 2차대회 최종 3라운드가 열린 전남 함평다이너스티CC(파72). 챔피언조에 지은희(21ㆍ캘러웨이)와 그를 1,2차로 뒤쫓고 있는 박희영,김혜정(21)이 편성돼 열띤 우승다툼을 예고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세 선수는 1번홀(파5) 티오프를 했고 지은희가 세 번째 샷을 하려고 보니 찾는 웨지가 없었다.

경기가 지연되면서 연습그린 주위에서 웨지샷 연습을 하다가 그만 챙기지 않았던 것.

경기위원에게 말하자,그 웨지를 동반플레이어인 박희영의 캐디가 가져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박희영이 자신의 골프백을 들여다보니,그 곳에 지은희의 웨지가 들어있었다.

박희영은 15개의 클럽을 들고 플레이를 한 것이 됐고,그 홀에서 버디를 했지만 2벌타를 더해 보기(6타)로 기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희영과 지은희는 최종라운드를 공동선두로 마친 뒤 연장전에 돌입했고 결국 연장 두 번째홀에서 지은희가 승리,우승컵을 안았다.

1번홀의 2벌타만 없었다면 박희영은 연장전에 갈 것도 없이 시즌 첫승을 거둘 수 있었다.

박희영에게는 두고두고 아쉬운 대회였다.

박희영은 지난해 9월 휘닉스파크GC에서 열린 PAVV인비테이셔널 1라운드 18번홀 그린주변 워터해저드에서 손으로 풀을 제쳐 라이를 개선하고도 4벌타를 가산하지 않은 스코어카드를 제출해 실격당한 바 있다.

박희영은 이날 경기를 시작할 때부터 15개 클럽을 갖고 나갔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없이 2벌타를 받아야 한다.

14개의 클럽을 갖고 경기를 시작한 뒤 도중에 부주의로 지은희의 클럽이 자신의 백에 있었고,그 클럽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벌타가 따르지 않는다.

2001브리티시오픈 4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리던 이안 우즈넘이 15개의 클럽을 갖고 출발해 2벌타를 받은 사례는 유명하다(규칙 4-4a).

한편 합계 9언더파 207타를 기록한 지은희는 지난주 휘닉스파크클래식에서 생애 첫승을 올린 데 이어 2주 연속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우승상금 3600만원을 받아 시즌 상금(9587만원) 순위도 1위가 됐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