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기색 역력…첫날 조사 안해

"지금 모습 보여주기 싫어"…가족 면회도 사절

`보복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구속돼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2일 아침 2천500원 짜리 미역국 아침식사를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드넓은 가회동 저택에 살다 하루 아침에 4평밖에 안 되는 좁은 유치장 방에 홀로 갇힌 신세가 된 김 회장은 바뀐 상황에 적응이 쉽지 않은 듯 밥과 미역국, 나물, 김치가 전부인 `초라한' 아침식사에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

이날 새벽 호송 경관들에게 양팔을 붙들린 채 경찰서에 도착할 때부터 영장 발부에 따른 마음의 충격 탓인지 초췌한 기색이 역력했던 김 회장은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은 후 입감되자마자 잠을 청했다.

양복을 입고 경찰서에 들어온 김 회장은 미리 챙겨온 밝은 베이지색 체육복을 입고 유치장 생활을 하고 있어 영장실질심사 이전부터 구속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김 회장이 심신이 지쳤는지 전날 영장실질 심사를 받고 검찰청사에서 대기하고 있는 동안에도 누워서 잠을 잤고 경찰서 유치장으로 옮겨서도 마찬가지로 의외로 숙면을 취한 것 같았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또 입감된 직후 경찰에게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 가족을 포함해 누가 찾아오더라도 면회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같은 김 회장의 상태를 고려, 쉴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이날 하루는 사무실로 불러내 따로 조사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아침 식사를 거르다시피 했던 김 회장은 점심 때 나온 밥, 참치김치찌개와 미나리 무침, 무 깍두기 등 사식은 거의 남기지 않았다.

김 회장은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한화그룹 법무실장, 비서실장과 면회 시간을 갖고 향후 경찰 수사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