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1일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직후 그룹 경영기획실을 통해 사과문을 내고 "저의 사려깊지 못한 행동으로 재계 전체가 매도되지 않을지 죄스런 심정"이라며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수많은 기업들이 이번 일로 위축되지 않도록 국민들이 넓은 아량으로 도와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경제발전에 전념해야 할 기업인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죄한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제 인생의 마지막 소명이라는 각오로 기업 경영에만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 또한 깊은 회한과 참회의 날들을 보내야 했다"면서 "이 모든 일이 다 부덕한 제 탓"이라고 후회의 심경을 피력했다.

김 회장은 또 "그동안 새로운 미래를 향한 도전에 박차를 가해온 임직원들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지는 않을까 스스로를 자책하고 또 자책한다"고 마음 아파했다.

그는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도리였으나 예상치 못하게 일이 커져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여론의 질타 앞에 차마 용기를 내지 못했다"고 그동안 범행을 일체 부인했던 이유를 해명했다.

이에 앞서 김 회장은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저처럼 어리석은 아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후회의 심경을 밝혔다.

한편 김 회장은 영장 발부 직후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 구속수감됐다. 대기업 총수가 폭행 등의 혐의로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첫 번째 케이스다.

구치소가 아닌 유치장에 갇히는 이유는 김 회장의 보복 폭행 의혹 사건을 맡고 있는 수사 주체가 경찰이기 때문이다.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는 모두 16개의 방이 있으며 11일 현재 마약,절도,폭행 등 혐의를 받고 있는 7명의 유치인이 3개 방에 분산 수용돼 있다.

유치인들은 마룻바닥이 깔린 3평 규모의 방에서 생활을 하며 각 방에는 화장실이 딸려 있다.

유치장 구금 기간은 최장 10일.이 기간 중 경찰의 보강수사가 이뤄지며,이후에는 검찰이 신병을 넘겨받아 경기도 성남의 서울구치소로 이감시킨다.

김병일/장창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