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기 위해 산고를 겪고 있는 어머니 심정입니다."

전택수 한국경제교육학회장(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56)는 '차세대 경제교과서 모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 발간하기로 한 새 경제교과서 모델이 친기업적 시각에서만 다뤄졌다는 일부의 비판을 수용,이를 보완하기 위한 10개 읽기자료를 부록 형태로 싣기로 결정했다.

교육부는 이달 안으로 새 경제교과서 모델을 일선 학교에 배포한다는 계획이지만 전경련이 동의하지 않으면 시기가 또다시 늦춰질 수 있다.

새 경제교과서 대표 집필자인 전 회장은 "집필은 이미 1월 말 끝내놓은 상태인데 지난 2월 전교조 등이 교과서 내용을 문제 삼아 배포가 연기됐고 며칠 전 다시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면서 "진보단체 등이 이념적 스펙트럼에 치우쳐 비난하기보다는 교과서 내용을 보고 판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가 진보단체의 시각이 반영된 내용을 부록 형태로 싣겠다고 했을 때 대다수의 집필진들이 반발했다고 전했다.

전 회장은 "추가된 부분이 내용면에서 크게 잘못되진 않았으나 집필진의 의도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었다"면서 "현재도 (10개 읽기자료가) 없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교육부의 입장 등을 고려해 집필진이 제작한 게 아니라는 것을 명시해 주는 선에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전 회장은 새 경제교과서를 집필하는 데 있어 '시장경제원리'를 충실하게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두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고교 경제교과서들은 기업의 이윤 추구에 대해 가르치기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더 중요시 하는 등 반기업적 정서가 강했다"면서 "새 교과서에서는 반기업 혹은 친기업 정서로 치우치지 않고 시장경제원리 그대로를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에게 '경제가 나와 어떤 관계가 있나' '사회에 나가 경제 지식을 어떻게 쓸 수 있을 것인가' 등을 가르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기존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았던 부분도 과감하게 첨가했다.

신제도 경제학파의 이론을 다룬 것은 기존 경제교과서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점이다.

전 회장은 "남미와 미국의 소득 수준이 차이 나는 것은 중앙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다뤘는데 비교적 최근 이론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뜻깊은 시도"라고 말했다.

노동분야를 경제 교과서에서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전 회장은 "기존 교과서에서는 소비자(가계),기업,정부에 관한 것만 다루고 정작 중요한 '노동자'에 관한 내용은 빠져 이번 교과서에서는 노동시장,임금 격차,소득 분배 등 노동 부분을 시장경제원칙에 입각해 다뤘다"면서 "노동 문제를 다뤘다는 것 자체가 기존 교과서들보다 개선됐다는 의미인데 진보단체들은 그 내용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친기업·반노동이라고 비판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전 회장은 "새 경제교과서 모델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문제를 시장경제 자체의 문제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문어발식 경영'의 문제점 등도 경제교과서에 집어 넣으라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한국적 특수성 때문에 나타난 사회문제이지 시장경제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그들은 사회,철학,법학 등의 내용을 경제 교과서에 다 담길 원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글=이태훈 기자/사진=김병언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