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수 < 지자체국제화재단 총괄기획실장 >

7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인적자원개발 분야에서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인적자원의 인프라 확보 여부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는 우리 경제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당연히 외국인 노동인력의 도입 제한 여론도 점증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지난 3월 미 상원 청문회에서 빌 게이츠 MS 회장이 지속적인 혁신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외국 인력에 대한 비자 제한 조치 해제를 요구한 것처럼,해외 고급인력 유치는 우리의 인적자원 개발에도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유럽에서 현재 가장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아일랜드는 지난 2월1일부터 새로운 고용허가제를 채택,고급인력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독일 역시 단순 외국 인력에 대해서는 기존의 방식에 따라 엄격하게 규제하지만 외국 고급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이들의 체류를 용이하게 하는 내용의 이민법을 2005년 1월 채택한 바 있다.

독일이 새로운 이민법을 채택한 시점은 경제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때가 아니라 오히려 전후(戰後) 500만명 이상의 높은 실업을 기록하고 특히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하는 것을 정강으로 채택하고 있는 사회민주당의 집권 기간 중이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독일 내 외국인은 730만명으로 8200만명의 인구중 9% 수준에 이르고 외국인이 국내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는 가운데 외국 노동력에 대해 개방을 확대하는 이민법의 수용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독일이 이민법을 개정한 것은 경제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다.

인구가 점점 줄어들면서 산업인구도 감소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규 노동인구의 진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고급인력이 부족하고 특히 미국 영국 등 경쟁 국가들이 외국의 고급인력을 바탕으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어 기존의 노동관계법으로는 당면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우리의 상황도 독일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우선 예전과 같은 높은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청년실업 문제로 국내 노동인력도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국 인력도입을 활성화할 경우 비판적인 시각이 대두될 수 있다.

그러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외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여서 외국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고급인력의 도입이 불가피하다.

올 1월 현재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84만명이고 그 중에서 18만5000명이 불법 체류자여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 노동력이 부족해 개도국으로부터 인력을 수용할 수밖에 없으나 이들이 계약기간을 마치고 불법으로 남는 경향이 증대하고 있어 우리의 외국인 인력정책은 부족한 단순근로자를 수용하되 이들의 불법체류를 어떻게 막는가 하는 데 두고 있다.

이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고급 및 단순 인력에 대한 구별이 쉽지 않아 외국인 전체에 대해 엄격한 체류규정을 적용하게 돼 정작 필요한 고급 해외인력에게는 한국이 매력적인 일터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당한 외환을 보유하고 있어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의 재발(再發) 가능성은 없으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요구되는 고급인력은 충분하다고 보기가 어렵다.

더욱이 해외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국내로 복귀하는 이공계 박사 출신의 고급인력 비율이 1995년 69.5%에서 2002년 48.7%로 감소한 것은 한국 경제에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해서도 외국 고급인력의 도입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

고급인력이 도입되면 그 파장 효과가 크고 이러한 학습효과도 파급되기 때문에 현재 택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외국인의 비율이 2%에 못 미치며 고급인력은 0.05% 수준인 2만5000명에 불과한 정도다.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단순 노동자의 불법체류 확산 방지와 아울러 고급인력의 도입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