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원·달러 환율은 7일 하루 만에 5원20전이나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원·엔 환율도 이날 100엔당 770원 선이 무너지며 지난 2월12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환율 급락에 겁을 먹은 일부 국내기업은 달러로 수출한 계약을 선물환으로 화급하게 매도하는 등 보유달러를 앞다퉈 처분하는 분위기다.

외환시장의 심리가 극도로 불안해지면서 달러 매도의 일방적인 흐름마저 생겨나고 있다.



◆외부 변수가 1차 원인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하자마자 2원40전 떨어진 925원20전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 4월 미국의 고용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자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힘을 얻으며 달러화 약세를 촉발했다.

미국의 4월 실업률은 4.5%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높아졌고,비농업부문 고용자 역시 기대치에 못 미치는 8만8000명 증가에 그쳤다.

원화 환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출기업들이 선물환 매물을 쏟아내기 시작했고,여기에다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를 위한 원화매입(달러 매도) 수요까지 겹쳐 환율 하락폭을 키웠다.

삼성중공업이 13억달러 규모의 선박 수출 계약을 수주했다는 소식도 달러 투매에 촉매제 역할을 했다.

홍승모 신한은행 과장은 "초반에는 결제수요가 유입됐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역외세력과 수출업체들이 매도물량을 쏟아내 환율이 추가로 하락했다"며 "당국이 개입을 자제하면서 장 막판에 실망매물이 더 쏟아졌다"고 말했다.


◆"추가하락 가능성 크다"

문제는 환율 하락이 '이제부터 시작'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925~935원의 박스권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던 환율이 갑자기 큰 폭으로 하향이탈했기 때문이다.

이진우 농협선물 금융공학실장은 "박스권을 이탈한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며 "지난해 12월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던 913원 선을 테스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10원 정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도 "주식시장 강세로 인한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 기조 유지 등이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된 직후인 지난달 3일부터 이달 2일까지 한 달 동안 외국인들의 국내주식 순매수 규모는 무려 7조원(약 75억달러)에 달하는 등 외국인의 주식자금이 환율 하락 요인이 되고 있다.

아시아 통화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환율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신흥시장국의 통화가 전반적으로 절상(환율 하락)되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변수는 정부 의지

그러나 환율의 흐름을 일방적으로 예측하기에는 변수가 매우 많다.

올해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고,중국의 긴축 정책 등으로 주식시장의 강세 흐름이 갑자기 반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는 올 들어 3월까지 15억194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또 엔캐리트레이드(저금리의 엔화자금으로 다른 통화자산에 투자하는 것)가 풀릴 가능성도 있다.

더욱 강력한 변수는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의지다.

정부가 시장에 강도 높게 개입할 경우 환율 흐름이 확 바뀔 수도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