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타고 모나리자 흘끗 보느니 기차타고 낯선 동네서 하이킹 즐긴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8박9일 5개국 투어 패키지? 됐다 그래!'
영국 런던의 금융회사에 다니는 앤드루 심스씨는 5년 전 해외 여행을 끊었다.
올해 여름 휴가 여행지도 런던 인근의 한적한 해변으로 정했다.
매일의 일상은 글로벌하게 돌아가지만 여행지를 고를 때는 꼭 국내 지도를 펼쳐 든다.
기차를 타고 느긋하게 찾아간 낯선 동네에서 하이킹을 즐기고 바비큐를 해 먹는 것이 모나리자 한번 흘끗 보겠다고 좁아터진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는 것보다 백배는 더 낫다는 생각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신호(14일자)에서 "판에 박힌 해외여행보다 가까운 곳에서 진정한 휴식을 즐기려는 여행자들이 늘고 있다"며 이 같은 트렌드를 '슬로 트래블(slow travel)'이라고 이름붙였다.
음식업계에 '슬로 푸드'(자연친화적인 웰빙음식으로 인스턴트 음식의 반대말)가 열풍이라면 관광업계엔 '슬로 트래블'이 새 흐름인 셈이다.
◆"팽팽 도는 지구에서 내리고 싶다"
'죽기 전에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는 한번 봐야 하지 않겠는가?' 슬로 트래블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이런 조급증을 거부한다.
남들 다 가는 여행지를 꼬박꼬박 쫓아다니느라 진땀을 빼기엔 일상사가 너무 피곤하다.
비인간적인 스피드에 함몰된 육체를 인간적인 스피드로 돌려놓는 것,이것이 슬로 트래블의 핵심이다.
어지간한 여행지는 일찌감치 다 둘러본 사람이 많다는 것도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생겨나게 된 배경이다.
이젠 남들 가지 않은 곳을 골라 가는 재미를 더 높게 친다.
'턱 월드'라는 여행사의 부사장인 네빈 소니씨는 "요즘 관광객들은 여행지에서 기념품이 아니라 얘깃거리를 가져오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 느긋하게
슬로 트래블의 가장 큰 특징은 가까운 곳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여행이 '넓고 얕은 경험'을 제공했다면 슬로 트래블은 '좁고 깊은 체험'을 강조한다.
특정한 테마가 있는 여행이라면 금상첨화다.
여행사들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보르도 와인 기행' '선사시대 탐험' 등의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여기엔 아예 소믈리에(와인감정 전문가)나 미술가,해양 생물학자 등이 가이드로 나선다.
그렇다고 유명 유적지를 쭉 둘러보는 식의 여행은 아니다.
영국의 어느 촌동네에 있는 선사시대 동굴을 종일 살펴보면서 고고학자의 설명을 듣는 형태의 여행상품이다.
심지어는 방안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이 제공하는 휴양지가 그들의 휴가처다.
유명 온라인 게임업체인 '세컨드 라이프'가 발빠르게 '사이버 해변'을 선보였고,최근엔 이런 사이버 투어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synthravels.com)도 등장했다.
◆다시 부상하는 기차여행
비행기보다는 기차를 선호하는 것도 슬로 트래블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다.
복잡한 탑승 수속,짜증나는 보안 검색,툭 하면 연착하는 스케줄 등에는 넌더리가 났다.
대신 창 밖을 스쳐가는 풍경에 느긋하게 몸을 맡기는 것이 슬로 트래블의 매력이다.
이로 인해 한때 사양길에 들어섰던 철도 관련 회사들도 다시 호황이다.
세계 각국의 열차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seat61.com'에는 지난달 35만명의 네티즌들이 방문했다.
전달에 비해서는 50%,1년 전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영국 작가이자 슬로 트래블 예찬론자인 댄 키어란은 "기차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지금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슬로'의 다른 이름은 '그린'
슬로 트래블의 또 다른 특징은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여행기간 중 얼마나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했는가를 꼼꼼히 따진다.
이런 여행자들을 위해 온라인 여행 사이트인 'voyages-sncf.com'은 여행지를 선택할 때마다 '환경지수'라는 것을 함께 표시한다.
예를 들어 파리와 마르세유를 고속 열차를 타고 가면 탄소 10kg을 배출하게 되고,비행기는 187kg,자동차는 313kg의 탄소를 내뿜게 된다는 식이다.
세계여행자기구(World Tourist Organization)의 존 케스터씨는 "슬로 트래블은 유기농 채소와 같다"고 표현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슬로 트래블'의 특징
△해외여행보다 가까운 지역 선호
△여러 곳 돌아다니는 건 절대 사양
△비행기는 No!,기차는 Oh,Yes!
△특정 테마가 있으면 재미 두 배
△여행할 때도 환경부터 먼저 생각
△유명 관광지보다 한적한 곳 선호
△무엇을 느꼈는지가 중
영국 런던의 금융회사에 다니는 앤드루 심스씨는 5년 전 해외 여행을 끊었다.
올해 여름 휴가 여행지도 런던 인근의 한적한 해변으로 정했다.
매일의 일상은 글로벌하게 돌아가지만 여행지를 고를 때는 꼭 국내 지도를 펼쳐 든다.
기차를 타고 느긋하게 찾아간 낯선 동네에서 하이킹을 즐기고 바비큐를 해 먹는 것이 모나리자 한번 흘끗 보겠다고 좁아터진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는 것보다 백배는 더 낫다는 생각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신호(14일자)에서 "판에 박힌 해외여행보다 가까운 곳에서 진정한 휴식을 즐기려는 여행자들이 늘고 있다"며 이 같은 트렌드를 '슬로 트래블(slow travel)'이라고 이름붙였다.
음식업계에 '슬로 푸드'(자연친화적인 웰빙음식으로 인스턴트 음식의 반대말)가 열풍이라면 관광업계엔 '슬로 트래블'이 새 흐름인 셈이다.
◆"팽팽 도는 지구에서 내리고 싶다"
'죽기 전에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는 한번 봐야 하지 않겠는가?' 슬로 트래블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이런 조급증을 거부한다.
남들 다 가는 여행지를 꼬박꼬박 쫓아다니느라 진땀을 빼기엔 일상사가 너무 피곤하다.
비인간적인 스피드에 함몰된 육체를 인간적인 스피드로 돌려놓는 것,이것이 슬로 트래블의 핵심이다.
어지간한 여행지는 일찌감치 다 둘러본 사람이 많다는 것도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생겨나게 된 배경이다.
이젠 남들 가지 않은 곳을 골라 가는 재미를 더 높게 친다.
'턱 월드'라는 여행사의 부사장인 네빈 소니씨는 "요즘 관광객들은 여행지에서 기념품이 아니라 얘깃거리를 가져오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 느긋하게
슬로 트래블의 가장 큰 특징은 가까운 곳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여행이 '넓고 얕은 경험'을 제공했다면 슬로 트래블은 '좁고 깊은 체험'을 강조한다.
특정한 테마가 있는 여행이라면 금상첨화다.
여행사들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보르도 와인 기행' '선사시대 탐험' 등의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여기엔 아예 소믈리에(와인감정 전문가)나 미술가,해양 생물학자 등이 가이드로 나선다.
그렇다고 유명 유적지를 쭉 둘러보는 식의 여행은 아니다.
영국의 어느 촌동네에 있는 선사시대 동굴을 종일 살펴보면서 고고학자의 설명을 듣는 형태의 여행상품이다.
심지어는 방안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이 제공하는 휴양지가 그들의 휴가처다.
유명 온라인 게임업체인 '세컨드 라이프'가 발빠르게 '사이버 해변'을 선보였고,최근엔 이런 사이버 투어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synthravels.com)도 등장했다.
◆다시 부상하는 기차여행
비행기보다는 기차를 선호하는 것도 슬로 트래블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다.
복잡한 탑승 수속,짜증나는 보안 검색,툭 하면 연착하는 스케줄 등에는 넌더리가 났다.
대신 창 밖을 스쳐가는 풍경에 느긋하게 몸을 맡기는 것이 슬로 트래블의 매력이다.
이로 인해 한때 사양길에 들어섰던 철도 관련 회사들도 다시 호황이다.
세계 각국의 열차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seat61.com'에는 지난달 35만명의 네티즌들이 방문했다.
전달에 비해서는 50%,1년 전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영국 작가이자 슬로 트래블 예찬론자인 댄 키어란은 "기차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지금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슬로'의 다른 이름은 '그린'
슬로 트래블의 또 다른 특징은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여행기간 중 얼마나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했는가를 꼼꼼히 따진다.
이런 여행자들을 위해 온라인 여행 사이트인 'voyages-sncf.com'은 여행지를 선택할 때마다 '환경지수'라는 것을 함께 표시한다.
예를 들어 파리와 마르세유를 고속 열차를 타고 가면 탄소 10kg을 배출하게 되고,비행기는 187kg,자동차는 313kg의 탄소를 내뿜게 된다는 식이다.
세계여행자기구(World Tourist Organization)의 존 케스터씨는 "슬로 트래블은 유기농 채소와 같다"고 표현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슬로 트래블'의 특징
△해외여행보다 가까운 지역 선호
△여러 곳 돌아다니는 건 절대 사양
△비행기는 No!,기차는 Oh,Yes!
△특정 테마가 있으면 재미 두 배
△여행할 때도 환경부터 먼저 생각
△유명 관광지보다 한적한 곳 선호
△무엇을 느꼈는지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