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회사에서 B회사로 이직하기로 결심한 K씨.그는 며칠 전부터 이직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떼느라 정신이 없다.

주민등록 등·초본,호적등본,대학졸업증명서,성적증명서,어학증명서,건강진단서,은행잔고증명서,경력증명서 등 한둘이 아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인터넷 민원 처리로 가능하지만 나머지는 영락없이 발로 뛰어야 한다.

불행히도 K씨는 인터넷으로 서류를 떼본 적이 없다.

회원 가입과 인증 절차를 처음부터 밟을 생각을 하면 뒷골이 무겁다.

주변에는 K씨 같은 사람이 부지기수다.

이럴 때 각종 민원서류 떼기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MS)가 앞으로 3년간 150억원을 투입해 개발하겠다고 4일 발표한 '전자ID지갑'은 K씨의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줄 해결사(솔루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양사가 공동 개발할 전자ID지갑은 아무 문이나 다 열 수 있는 마스터키 같은 소프트웨어다.

민원서류 이용자가 이 소프트웨어를 PC,USB,휴대폰,PDA 등에 저장해두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서류를 한꺼번에 온라인상에서 뗄 수 있다.

2009년 말 전자ID지갑을 상용화했다고 가정해 보자.전자ID지갑을 USB에 저장한 K씨는 몸값을 올려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로 마음먹고 서류떼기를 시작한다.

USB를 PC에 꽂고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친다.

이름 생년월일 비밀번호 인증번호를 입력한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단 한 번에 끝낼 수 있다는 점이다.

본인 여부를 확인한 PC는 신청서류를 선택하라고 명령한다.

K씨는 필요서류 10가지를 클릭하고 '출력'을 누른다.

PC는 순서대로 사이트를 찾아가며 단 10분 만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뗀다.

K씨는 목걸이형 USB에 전자ID지갑 소프트웨어를 담아뒀지만 휴대폰 PDA 등 모바일 단말기에 저장할 수도 있다.

필요한 곳에서 출력기와 연결하면 언제든지 관련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PC에 저장해두고 쓰면 된다.

지금도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안 되는 것은 각자 따로 놀기 때문이다.

회원 가입과 인증 절차가 따로여서 이용자는 일일이 사이트에 접속해 비밀번호와 인증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한 번에 본인 여부를 인증할 통합 솔루션이 없는 것도 이유다.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전자ID지갑을 분실할 경우 보안이 문제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전자통신연구원 관계자는 "전자ID지갑에 본인만 알 수 있는 '인증 확인' 기능이 있어 분실했을 경우에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조사 기업인 IDC와 가트너에 따르면 전자ID지갑 세계 시장 규모는 2009년께 198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전자통신연구원과 한국MS는 전자ID지갑을 국내에서 상용화한 다음 세계 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