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동점은 지난 3월 명품관 1층에 가방 지갑 등 피혁 전문 명품 브랜드인 고야드(GOYARD) 매장을 국내 처음으로 개설하는 '실험'을 단행했다.

프랑스 본사로부터 직수입해 내놓은 핸드백의 판매 단가는 60만~380만원,여행용 트렁크는 380만~900만원.가격대는 경쟁 브랜드인 루이비통이나 샤넬과 비슷한 데 비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의 인지도는 이들 브랜드보다 훨씬 떨어진다.

하지만 갤러리아의 실험은 성공작으로 판명났다.

개장 직후부터 하루 평균 매출이 2000만원을 웃돌고 있는 것.인접한 루이비통,샤넬 매장과 비교해 전체 매출에서는 아직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핸드백 등 일부 품목은 이들 브랜드에 밀리지 않는다는 게 오원만 해외상품팀장의 설명이다.

오 팀장은 "153년의 전통을 지닌 고야드는 전 세계를 통틀어 프랑스 등 5개국에 9개 매장만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희소성을 강조하는 브랜드"라며 "다른 사람들과 구별짓고 싶어하는 나홀로 명품족이 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일반인들에게 낯선 브랜드를 들여왔는데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유럽 등 본고장에서 성가를 인정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희귀성 명품' 브랜드가 국내 명품 얼리 어답터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명품족이 늘어나면서 단순히 고가라는 이유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가 힘들고,짝퉁마저 판치고 있는 실정에서 고급스러우면서도 튀는 색다른 명품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서다.

보석 시장에서도 이런 흐름은 두드러진다.

보석 분야를 석권하고 있는 '카르티에' 대신 프랑스산 '반 클리프 아펠'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명품관)에 입점해 있는 반 클리프 아펠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해 마니아들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주문 후 받아보는 데 2년 가까이 걸리는 색깔이 있는 다이아몬드를 주문하는 명품족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1906년 프랑스의 줄리앙·루이·샤를르 등 아펠 삼형제와 이들의 매제인 알프레드 반 클리프가 파리에 개점한 보석 판매 회사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 브랜드는 불가리와 티파니,카르티에,쇼메와 더불어 세계 5대 보석 브랜드로 꼽히는 명품.이 회사가 1933년 개발한 '미스터리 세팅'은 보석을 고정시키는 발이 전혀 보이지 않게 하면서도 곡선의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살린 기술로 기존 보석 세팅의 개념을 바꾸어 놓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반 클리프의 규정상 매출 현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카르티에 못지않은 마니아 층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야드·반 클리프 아펠 등은 제품에 구입자의 이니셜이나 원하는 문양을 넣어 팔기도 한다.

이렇게 할 경우 주문에서 받아 보기까지 6개월에서 길게는 2년이 걸리지만 전 세계에서 유일한 소장품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고.

롯데백화점 명품관인 에비뉴엘에서도 인지도가 낮은 명품 패션 브랜드들의 매출이 늘고 있다.

에비뉴엘에 있는 해외 신진 디자이너 명품 멀티숍 '엘리든'은 올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신장했다.

국내에 매장이 거의 없어 새로운 감각의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20대부터 40대 명품족들이 찾고 있어서다.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는 '데렉 램(Derek Lam)'.중국계 미국인 데렉 램의 브랜드로 2003년 첫선을 보였고 에비뉴엘에는 2005년 개장 때 입점했다.

마이클 코어스에서 디자이너로 첫출발한 그의 컬렉션은 고급스러운 캐시미어로 만들어져 현대적이고 아름다운 직물의 부드러운 선이 빼어난 옷이다.

가격은 재킷 157만~217만원,블라우스 87만~227만원,바지 87만~97만원 선이다.

또 비슷한 가격대의 잭 포센(Zac Posen) 튤레(Tuleh) 등도 인기 품목이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