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 陽 澤 < 한양대 경제금융대학장 >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2·13 공동합의'의 초기 이행조치 시한부가 지난달 14일로 만료됐지만 여전히 북한의 초기 이행조치는 시동조차 걸리지 않고 있다. 북한은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동결자금의 불법자금 혐의를 원초적으로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는데,이것은 미국의 대(對)북한 핵 전략의 허(虛)를 찌른 격이었다.

왜냐하면 미국은 불법자금의 경우 BDA뿐만 아니라 중국은행도 아예 다루지 못하도록 이미 조치를 취한 바 있는데 이것이 바로 미국이 북한의 BDA 자금에 대해 금융제재 해제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송금될 수 없는 자충수(自充手)가 됐기 때문이다.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의 핵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며,이것의 해결방안으로서 '2·13 공동합의'가 충실히 이행돼야 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러나 과연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동결→폐쇄·봉인→불능화→완전 폐기'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남북한과 주변 강대국들이 선택해야 하는,또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북한 핵 문제의 해결방안은 '리비아식 해법'이 옳다고 본다. '북한 핵'에 대해 '리비아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카다피에 대한 교섭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였듯이,중국의 후진타오 총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교섭해 이를 성사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영국과 중국의 입장과,카다피와 김정일의 입장이 각각 다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미국과 북한에 다음과 같은 동시적인 '큰 사고,큰 조치'(Big Think,Big Act)를 제시해본다.

첫째 미국과 북한이 상호 불신의 골이 깊은 상황하에서,우선 미국이 UN 총회(단순히 6자회담에서가 아니라)에서 북한 체제의 유지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한 국제금융(단순히 금융제재 해제가 아니라) 지원을 밝히는 것이다.

둘째 이와 동시에 북한은 2005년 '9·19 베이징 공동성명'에 입각해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를 포기하고,그 대가로 미국은 북한을 '테러 지원국'의 명단에서 삭제하며,국제금융기구들(IMF,IBRD,IFC,세계은행 등)은 북한의 경제개발을 지원한다.

셋째 남북한은 동시적으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불가침을 선언하고,한반도의 주변 국가들(미·일·중·러) 역시 이를 즉각적으로 동의하며,나아가 남북한 및 4강(强)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동프로젝트(이르쿠츠크·사할린의 석유·가스전 개발,송유관 및 가스관 건설,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및 중국종단철도(TCR)와의 교통망 연계 등)를 추진한다.

또 이를 지원하기 위한 '동북아개발은행'을 창설한다.

넷째 남북한은 정치·군사적 신뢰구축 하에 양측의 군비감축을 실시하고,이로 인한 국가 재정 여분을 개성공단의 건설과 남북한 경제 활성화 및 사회경제 통합을 위해 사용한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미국이 상호 주권의 존중과 평화공존이라는 전제하에서 이 같은 제안을 먼저 실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북·미(北美) 협상의 초점은 북한은 '선(先)경제지원,후(後)핵동결'인 반면에 미국은 '선 핵·생화학무기 동결,후 경제지원'이다.

미국이 이런 제안을 먼저 공식 선언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잃을 것이 없다. 오히려 북한이 그러한 미국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세계의 비난은 북한에 집중될 것이다.

그동안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와 '9·19 베이징 공동성명',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핵실험 실시 발표 등에 이어 UN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통과,미국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에 따른 북한 압박 등 밀고당기는 상황이 이어져왔다.

따라서 이번 '2·13 공동합의'가 원만히 제대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관련 당사국들이 보다 획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