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루키' 김경태(21·연세대)가 한국프로골프 사상 처음으로 프로 데뷔전에서 우승했다.

김경태는 29일 제주 제피로스CC(파72)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 토마토저축은행오픈 4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쳐 최종합계 1언더파 287타로 정상에 올랐다.

통산 15승의 '베테랑' 최광수(47·동아제약)를 1타차로 따돌렸다.

우승상금은 6000만원.

프로로 전향한 뒤 데뷔전에서 우승컵을 안은 것은 김경태가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느라 시드전에 나가지 못했으나 KPGA 이사회의 특별 배려로 이번 시즌 대기 출전 자격을 받아 출전했다.

김경태는 사실상 지난해 '상금왕'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국내 최강으로 통한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참가한 지난해 프로 대회(포카리스웨트오픈,삼성베네스트오픈)에서 2승을 거두며 '프로 잡는 아마추어'로서의 명성을 날렸다.

1997년 골프에 입문한 김경태는 2003년 송암배 등 주요 아마추어 대회를 휩쓸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아마추어선수권을 석권했고 지난해 제53회 허정구배 아마추어 대회에서는 2위와 무려 15타차라는 최다타수차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양용은 최경주 등 쟁쟁한 프로들을 제치고 대한골프협회가 선정한 2006년 최우수선수에 뽑히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은 김경태는 '제2의 최경주'로 성장할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버지 김기창씨(53)도 세미프로다.

김씨는 "경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를 배웠지만 별로 열심히 하지 않았고 소질도 없어 보였지만 중학교 3학년 때 외국에서 열린 한 아마추어 대회에 대표로 출전했다가 '오구플레이'로 실격처리된 뒤 심한 충격을 받았는지 독기를 품고 골프에 몰입했다"고 말했다.

최광수에게 1타 뒤진 채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했던 김경태는 1번홀(파5)에서 긴 이글퍼트가 홀을 살짝 돌아나와 아쉽게 버디에 그쳤지만 1타를 줄이며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6번홀(파5)에서는 '2온'을 시도하다 두 번째 샷을 해저드에 빠뜨리며 더블보기를 기록,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2타를 앞서가던 최광수가 8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한 뒤 9번홀(파4)에서 1m가 되지 않은 파퍼트를 놓치며 동타를 이뤘다.

10번홀에서는 김경태가 '3퍼트 보기'를 한 뒤 12번홀에서 1m 파퍼트를 실패,다시 2타차로 벌어졌다.

김경태는 13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홀 50cm 옆에 붙여 가볍게 버디를 만들며 막판 추격의 고삐를 죄였다.

최광수는 14번홀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진 뒤 그린을 놓치며 보기를 기록,세 번째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김경태는 16번홀(파5)에서 286m의 호쾌한 티샷을 날린 뒤 두 번째 샷으로 그린을 공략,그린 주변에서 칩샷으로 2m 거리에 붙이며 버디를 수확해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최광수는 18번홀에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기 위한 7m짜리 버디퍼트를 시도했으나 실패,공영준(48·한화제약)과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김경태는 "대회 출전을 5일 전에 통보받아 여유가 없었는데 우승을 차지해 기쁘다"면서 "데뷔전에서 우승한 만큼 신인왕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